결혼 못하는데 “비애국적” 비난까지… 中 바링허우의 비애

■ 각종 사회문제 주범으로 몰리는 1980년 이후 출생 청년

한자녀 정책 첫세대 30~34세
‘샤오황디’ 별명얻고 자랐지만
男 700만-女 250만명이 미혼

치열한 경쟁속 경제성장 둔화
가정 꾸려도 자녀교육 동시에
은퇴 부모 생활자금까지 걱정

정부 집값 억제·사교육 단속에
“심리적 부담·압박감 크다”토로

전 연령층서 “개인주의적” 지적
‘애국’ 무장 2000년대생과 대조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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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30대 전문직 종사자 캉(康) 씨는 고민이 많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후 결혼해 가정까지 꾸렸지만 나날이 높아지는 집값으로 아직 내 집 마련은 하지 못했다. 국가에서 집값을 잡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대출만 규제하면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솽감(雙減)’ 정책으로 사교육 일부가 금지됐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에게 들어가는 발레·미술 등 각종 예체능 학원비는 여전히 부담이다. 역시 베이징에 거주하는 30대 후반의 직장인 진(金) 씨는 아예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 주택까지 마련했지만 결혼 지참금이 아직 부족하다. 진 씨는 “1980년대생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결혼 지참금 기준이 크게 높아졌다”며 “모든 것을 다 갖춰놓고 결혼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중국 ‘한 자녀 정책’의 첫 세대로 꼽히는 바링허우(80後·1980년대 출생) 세대가 중국 사회로부터 쏟아지는 압력과 부담에 괴로워하고 있다. 30∼40대가 되면서 위로는 부모와 자식들을 부양하고, 사회에서는 경제성장을 이끌어야 하지만 높아지는 물가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갈수록 결혼과 내 집 장만은 어려워졌다. 경제성장률 둔화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란 악재까지 겹치면서 바링허우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개인주의적·비애국적·비적극적’이란 멍에 = 2022년 새해를 맞아 펑파이(澎湃) 등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중국의 링링허우(00後·2000년 이후 출생) 세대가 결혼 가능 연령이 됐다”고 보도하면서 아직 결혼을 미루고 있는 바링허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 자녀 정책’으로 가장 극심한 남녀성비를 보이는 세대가 법적 성년이 돼 ‘결혼난’이 본격화되기 전에 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중국 내 조사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를 지난 바링허우(30∼34세)는 남성 700만 명, 여성 250만 명 정도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바링허우들이 개인주의적이고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짝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바링허우 세대는 성비 불균형이 본격화된 세대로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졌으며 결혼이 쉽지 않아졌다고 항변한다.

바링허우 세대에 대한 ‘비판’은 결혼뿐 아니라 중국 사회문제 곳곳에서 유행처럼 제기되고 있다. 1979년부터 시행된 중국 ‘한 자녀 정책’의 첫 세대로 집안의 모든 관심을 받고 자랐으며 개혁·개방 이후 출생해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면서 샤오황디(小皇帝)란 별칭을 얻은 이들 세대가 개인주의적이고 비애국적이며 일에 대한 열정도, 근성도 없다는 것.

중국 신랑왕(新浪網)은 “2000년대부터 경제·사회 문제가 ‘바링허우식 사고방식 때문’이란 비판이 무수하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바링허우 세대는 중국이 강대국 대열에 들어설 무렵 성장해 자국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철저한 교육을 통해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나 링링허우 세대로부터도 비애국적이란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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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집 장만·자녀의 노예 = 바링허우 세대는 오히려 자신들이 어느 때보다 힘겨운 경쟁을 치르고 있다고 항변한다. 현재 막 30대 초반에서 40대 문턱에 들어선 바링허우 세대는 부모 봉양과 자식 교육을 동시에 해야 하는 시점에 왔다. 자녀가 많을 때와 달리 전적으로 한 자녀가 부모 둘을 봉양해야 한다. 과거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모 봉양 기간은 길어졌고, 자녀들에 대한 교육비용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샤오즈(小資)’로 불리는 중산층이 되겠다는 평범한 목표조차 이루기 어렵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어버린다는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1980년대생을 지배하고 있다. 2010년대 중국 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소설 ‘삼노세대-결혼·집·아이의 노예’가 최근 재조명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인터넷상에서는 “1960년대에는 그냥 결혼할 수 있었고, 1990년대에는 TV를 보유한 사람이라면 결혼할 수 있었지만 2021년에는 집과 차, 예금과 부모의 퇴직금까지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는 유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사회는 이들에게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한 다산(多産)을, 경제성장 둔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중국의 정치적 안정을 위한 참여 등을 의무로 규정하고 압력을 넣고 있다.

‘바링허우, 사회주의 국가에서 태어나 자본주의를 살아가다’의 저자인 양칭샹(楊慶祥)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한 세대 전체가 실패를 마주하고 있다면 이는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적이고 비애국적이라는 것도 재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 왕이(網易)는 “바링허우 세대는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때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봉사활동에 나섰고, 2020년 처음 코로나19가 후난성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확산했을 때도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장으로 갔다. 이들은 시대의 사명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中 정부 부담감경 정책 속 혼란 가중 =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이들 세대에 대한 부담을 낮추겠다며 집값 상승 억제, 사교육 금지 등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새로운 정책을 접한 바링허우 세대는 아직 혼란스럽다.

지난해 하반기 솽감 정책을 발표하며 사교육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과 통제에 들어간 중국은 올해 1월 1일부터 ‘중화인민공화국 가정교육촉진법’ 시행에 들어갔는데, 이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동체 의식과 가정·국가 정서, 바람직한 사회 도덕, 가정의 미덕과 개인의 인성, 과학탐구정신과 창의성, 양호한 학습 및 행동 습관 등을 함양하도록 하는 의무를 갖는다.

자녀의 일탈에 대해 ‘아이를 잘못 키워 죄송하며 향후 제대로 된 아이로 교육하겠다’는 내용의 반성문 제출까지 명시했다. 10대 자녀를 둔 캉 씨는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 “학원을 통해 사교육을 하지도 못하고 있어 심리적인 부담과 압박이 크다”고 토로했다. 캉 씨는 “당분간 내 집 마련도 쉽지 않을 것 같아 상대적으로 베이징서 가까운 처가 쪽으로 귀촌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