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화장품 업계 ‘차이나 리스크’에 떤다

中시장 침체·소비심리 위축
애국주의 득세로 판매 타격

LG생활건강·아모레퍼시픽 등
中제품에 밀리고 주가도 급락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기업의 주가 급락이 ‘차이나 리스크’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중국이 ‘기회의 땅’에서 ‘위험(리스크)의 땅’으로 바뀌었다는 불안심리가 업계에서 확산하고 있다. 국산 수출 화장품의 시장 지위가 애매한데다, 올해 중국 경기 침체 현실화, 중국 내 애국주의 등까지 가세하면 자칫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국내 화장품업계와 코트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한 결과 중국을 발판으로 급성장한 국내 화장품 업계는 최근 5대 위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선, 코로나19에 이은 중국 시장 경기 침체, 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점차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중국 화장품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다”고 했다. LG생활건강에 대해선 “중국 규제 강화로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 영업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장기화가 관광객 매출 반등 시점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젊은 층에서 애국·민족주의가 득세하며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화장품 업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코트라 중국 현지 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은 여성 색조 화장품, 남성 화장품, 영유아 화장품 등 전 부문에서 중국산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8개 도시에서 300개 넘은 매장을 보유한 화장품 편집매장 ‘와우컬러’의 경우 중국산 화장품의 비중이 70%까지 확대됐다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한국 화장품의 어정쩡한 시장 지위도 중국 화장품에 밀리는 배경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화장품 소비 심리가 강해졌다”며 “부유층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나 LG생활건강의 ‘후’보다 상위 레벨에 속하는 미국 로레알, 프랑스 등 유럽 제품을 선택하고, 중산층 이하는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산 제품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중국산 제품의 반사이익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 새해 들어 강화된 중국 화장품 감독 관리 조례 강화에 따라 해외 업체들은 중국국가약품관리국에 제품을 등록해야 한다. 등록 목록엔 화장품 제품의 성분과 비율 등 제조 기법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보건 당국에 신고한 내용이 중국 경쟁사에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며 “대중 수출이 위축,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용·이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