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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1일(火)
CES 휩쓴 미래 기술도 내치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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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2’가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올해 CES에는 미국의 1300여 개 기업에 이어 한국은 두 번째로 많은 5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디지털 강국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전시 제품 가운데 623개가 CES 혁신상을 받았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 139개나 된다. CES에서 선정한 혁신 제품 5개 중 1개 이상을 한국 기업이 만든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기술 혁신과 제품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다.

올해 CES 전시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분야는 헬스케어다. CES 역사상 최초로 헬스케어 기업 에보트의 CEO가 기조연설을 했고, 몸에 부착해 연속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디지털 헬스 기기가 최고 혁신상을 받았다. 제품 92개가 혁신상을 받은 헬스케어 분야는 수상 1위 산업으로 등극했다. 코로나 여파로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이 과거보다 쉬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역행하며 낡은 규제로 창의적인 혁신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분야가 국내 헬스케어 산업이다. 거미줄 규제가 벤처 혁신의 싹을 자르고 ‘반쪽 기술’로 전락시키지 않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덤테크의 피부암 진단 서비스인 ‘루미네이트’는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소비자가 피부에 붙였다 떼어낸 패치를 우편으로 보내면 3일 안에 유전자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병원에서 혈액을 채취하지 않고도 집에서 암 진단이 가능하다. 병원이 아닌 벤처기업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없는 국내에서는 나스닥에 상장한 덤테크 같은 벤처가 탄생하기 어렵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유전자 검사를 하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 등지로 나가는 이유다.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오므론헬스케어는 만성질환자의 원격진료 서비스인 ‘바이탈사이트’를 CES에서 선보였다. 의사와 환자가 모니터를 통해 혈압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상담·진료하는 서비스다. 반면,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심각’ 단계일 때만 한시적으로 허용될 뿐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원격진료가 허용될지 알 수 없어 비대면 진료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렵다.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스마트 센서가 달린 기저귀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 국내 벤처기업 모닛도 규제 때문에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제품을 출시했다. 국내 벤처기업들이 CES에 대거 진출한 것도 낡은 규제로 시장화가 어려운 국내보다는 규제가 덜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건강과 안전, 삶의 질 향상에 관한 관심은 높게 유지될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율성과 창의력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혁신 의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낡은 규제와 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한창 도약하는 헬스케어 벤처기업을 해외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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