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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2일(水)
“젠더갈등 넘어 젠더전쟁 폭발 직전…1020男의 보수화, 20년 지속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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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비평서 ‘슬기로운 좌파 생활’ 출간을 앞둔 우석훈 성결대 교수가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와 젠더 갈등 해법을 얘기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현안 인터뷰

- 文집권 5년 평가 담은 ‘슬기로운 좌파생활’ 출간… 우석훈 교수

이대남 출발점은 중2병…집단 좌절 경험후 청년판 태극기로
외국인 노동자·난민 혐오하며 극우 기운 유럽 청년과 비슷
교육구조·노동시장 관리 실패한 한국 자본주의가 근본 원인

진보 재집권 5년만에 미학적 파산…시대고통 외면·과거 집착
자본주의에 관심이 없기 때문…‘50대 진보’라면 매맞을 판


여성가족부 폐지부터 병사 월급 인상, 성범죄 처벌 강화까지 ‘젠더 이슈’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3·9 대선의 핵심 뇌관으로 부상했다. 2030 표심을 잡기 위한 이들 공약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특정 성별을 겨냥하며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이 갈등의 한복판에 ‘이대남(20대 남성)’이 있다. 이들은 ‘여성들 때문에 역차별을 당한다’는 근거없는 분노와 피해의식으로 여성 혐오를 드러내며 정치권이 무시하기 힘든 세력을 형성했다. 2030 남성의 극우화는 ‘젊을수록 진보 성향을 나타낸다’는 전통 공식이 깨졌음을 알리는 상징적 단면이기도 하다. 때마침 이런 이대남에 주목한 책이 이번 주 출간된다. ‘진보적 경제학자’로 알려진 우석훈 성결대 교수의 ‘슬기로운 좌파 생활’(오픈하우스)이다. 비정규직 청년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폭로한 ‘88만원 세대’를 통해 스타 학자로 떠오른 그는 이 책에서 이대남 현상의 원인과 ‘청년 극우화’ 흐름을 저지하기 위한 대안을 살핀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우 교수를 만나 젠더 갈등의 해법을 들어봤다.

―이번 대선의 젠더 갈등 양상을 어떻게 분석하나.

“젠더 갈등을 넘어 젠더 전쟁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준석 돌풍’ 속에 20대 남성의 70%가 오세훈에게 투표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젠더 전쟁의 당사자인 이대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출발점은 ‘중2병’이다. 중학교 2학년은 ‘특목고 트랙’과 ‘일반고 트랙’이 결정되는 시기다. 특목고 트랙에 진입하지 못해 ‘집단 좌절’을 체감한 남학생들은 주로 게임에 몰두하며 상실감을 달랜다. 게임 커뮤니티는 대부분 남초 커뮤니티다. 남자끼리 모인 공간에서 ‘여성들한테 당하고 산다’는 열등감과 결합한 증오가 ‘여혐’으로 표출되며 한국형 마초들이 태어난다. 일반적으로 마초는 여성을 무시하고 남성이 우월하다고 믿는 부류인데 한국에선 정반대다. 과거 유럽 청년들이 외국인 노동자·난민에 대한 혐오 속에 극우적 성향을 지니게 됐다면, 일부 한국의 10대는 여혐을 바탕으로 ‘청년판 태극기’로 변했다. ‘외국인’ 대신 ‘여성’을 대입하면 한국과 유럽의 청년 정치지형이 사실상 같은 담론 구조를 가진 셈이다. 10대 청소년이 대학에 입학할 땐 이미 ‘완성형 여혐’을 드러내는 단계에 도달해 있다. ‘남이야 쇼트커트를 하든 투블록을 하든 무슨 상관인가’라고 넘길 일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공격한다.”

―일부 사례를 일반화한 분석 아닌가.

“일부라기엔 주변에 아이의 ‘게임 중독’을 호소하는 엄마가 너무 많았다. 책과 담을 쌓고 게임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일반고 트랙에 갇힌 아이들이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여혐을 체화한 이들은 부모를 향해 ‘엄마도 페미(니스트)야?’라고 쏘아붙인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가정에서부터 진보 성향의 40∼50대 엄마와 ‘10대 마초’가 충돌하는 것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게 중학생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중2병은 ‘실체 없는 사춘기의 방황’이 아니라 좌절한 ‘일반고 무리’에서 생기는 구조적·집단적 증상이다.”

―이대남의 여혐은 앞으로도 이어질 흐름이란 뜻인가.

“그렇다. 여혐은 중학생 때부터 몇 년에 걸쳐 다듬어진 ‘문화적 취향’이기 때문에 한순간에 바뀌기 어렵다. 10∼20대 남성의 극우화는 최소 20년 이상 계속될 것이다. 안 그래도 오른쪽으로 기운 정치지형의 ‘쏠림’이 더욱 심해진다는 얘기다. 이대남 현상의 근본 원인은 교육 구조와 노동 시장 관리에 실패한 ‘한국 자본주의’다.”

우석훈은 중2병을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중학생 대상의 ‘섬세한 교육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문화적 다양성의 가치를 체화해 증오의 에너지를 생산적인 곳에 투입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될 무렵 가장 먼저 문을 연 건 ‘고3 수험생 교실’과 ‘입시 학원’이었다.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는 ‘긴급 돌봄’이라는 명분으로 확진자가 폭증한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 내내 운영됐다. 반면 중학생 등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2년 차에 겨우 시작됐다. 코로나19를 통해 ‘대학 입시’와 ‘아이 돌봄’이 공교육의 기본 축이라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중학생을 ‘버리고 가는’ 시스템을 그대로 두면 젠더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석훈에겐 늘 ‘진보 경제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우파 경제학자’인 좌승희 전 경기개발연구원장과 비교하며 “두 사람이 성(姓)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학계에서 회자될 정도다. 하지만 우석훈은 ‘진보 경제학자’가 더 이상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니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진보를 자처하는 집권 세력을 누구보다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는 것이다. 우석훈은 ‘슬기로운 좌파 생활’에서도 상상력 없는 진보의 허례허식과 권위주의를 적나라하게 꼬집는다. 그는 “한국 진보는 재집권 5년 만에 정책적으로 실패했고, 미학적으로는 파산했다”고 말한다.


―‘미학적 파산’이 무슨 뜻인가.

“탁현민 의전비서관이 기획하는 청와대 행사를 봐라. ‘죽은 사람’을 자꾸 보여주며 1년 내내 추도·추모만 한다. ‘산 사람’도 살기 힘든 세상에서 시대의 고통에 ‘착근’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과거를 상기시키는 데 골몰한다. 이런 ‘엄숙주의적·비분강개형 진보’의 기원은 노무현의 죽음이다. 오죽하면 (진보의 스피커인) 김어준이 몇 년 동안 상복(喪服)이랍시고 검은 양복을 입고 라디오를 진행했겠나. 유머 없는 미학적 파산 탓에 이제 ‘50대 진보’라고 하면 길거리에서 청년들한테 매 맞아 죽게 생겼다.”

―정책 실패의 원인은 뭔가.

“한국 진보가 자본주의의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두환·최순실·박근혜 같은 ‘절대악’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에서만 시대정신을 표출한다. 거대악이 사라지면 나아갈 곳을 잃는 것이다. 가상화폐·주식·부동산을 둘러싼 청년들의 ‘자산 투쟁’은 국가가 개인을 구제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이 만들어낸 돌풍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카지노 자본주의’를 심화시켰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 이 일이 진보 집권기에 벌어졌다는 게 슬프다. 한국 진보는 집권을 위한 이익 집단으로 전락했다.”

우석훈은 망가진 진보를 대체할 시대정신을 ‘좌파’에서 찾는다. 그가 규정하는 좌파는 이갈리테리언(egalitarian), 즉 평등주의자다. 이들은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믿음으로 자본주의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거나 대안을 제시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좌파는 ‘빨간 딱지가 붙은 요괴’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리 사회도 대안 세력으로서의 좌파를 편견 없이 수용할 때가 됐다. ‘슬기로운 좌파 생활’은 ‘나는 좌파다!’라는 선언문이다.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 고백했지만 외롭진 않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지적 창작물 권리 운동인 ‘카피 레프트(copy-left)’를 주도하는 청년들, 먹고살기 어려워도 다른 삶을 모색하는 젊은 예술가 등 자신도 모르는 새 좌파적 상상력을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 존재들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극우에 대항하는 생활 좌파·취미 좌파가 많아져야 한국 사회도 건강해질 수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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