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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2일(水)
신경세포 유사 ‘초저전력·초고속 회로’…‘인공腦’에 한발 더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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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권호영 기자
서형탁 아주대 교수팀, ‘멤트랜지스터’ 개발

인간 뇌가 20W 사용해 할 일
알파고에선 100만개 반도체
170㎾의 대용량 전기 소모해

뇌 시냅스 유사 ‘멤트랜지스터’
24만번 테스트에 정확한 출력
역대 최고의 절전 능력도 입증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은 엄청나게 큰 빅데이터를 빛처럼 빠르게 처리해야만 제대로 돌아간다. 문제는 75년 전 탄생한 현대 컴퓨터의 반도체가 ‘폰 노이만 병목(bottle neck) 현상’이란 근본적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발명자가 처음 만들 때 연산을 담당한 중앙처리장치(CPU)와 기억저장용 메모리(RAM)를 따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RAM 서랍에서 필요한 정보를 꺼내 CPU 책상 위에 올려놓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이걸 해결하려고 CPU와 RAM을 한데 묶은 ‘멤리스터(memory+resistor·저항성 메모리 소자)’가 나왔다. 생물의 뇌 신경세포(뉴런)와 그 연결부(시냅스)의 신호전달 시스템을 모방해 ‘뉴로모픽 칩(neuro-morphic chip)’으로 불린다. 뇌는 연산(뉴런)과 기억(시냅스)을 한군데서 동시에 처리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병렬 정보처리가 가능하다.

또 시냅스는 앞에서 받은 자극의 강도에 맞춰 다음 뉴런으로 넘기는 정보의 양을 조절한다. 강한 자극은 더 많이, 약한 자극은 더 적게 전달한다. 이런 강화와 약화의 과정을 학습이라고 한다. 기억과 학습이 가능한 뇌의 작동법을 반도체로 흉내 낸 신기술이 바로 뉴로모픽 칩이다. 차세대 컴퓨터의 반도체로 떠올랐지만 소비전력이 크고 전류 누수로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단점은 남았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초저전력, 초고속으로 신호를 전달하고 반도체 생산공정에도 곧장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뉴로모픽 칩 ‘멤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그동안 나온 인공신경망 반도체 가운데 가장 적은 전기를 쓰고도 신뢰성 높게 잘 작동했다. 알파고는 바둑을 두는 데만 CPU 1202개, 그래픽처리장치(GPU) 176개 등 100만여 개의 반도체 칩에서 170㎾의 전기를 소모했다. 반면, 인간의 뇌는 바둑을 두며 냄새도 맡고 소리도 듣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서 겨우 전구 하나를 켜는 20W 정도의 에너지로 작동된다.

서형탁 아주대 교수팀이 만든 멤트랜지스터는 뇌의 생체 시냅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낮은 전력으로 학습이 가능했다. 서 교수팀이 발표한 결과는 재료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Advaned Functional Materials)’의 지난해 11월 10일 자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서 교수는 4년 전 바나듐 산화물을 이용한 화학 센서를 연구하다가 인공신경망 반도체로 연구 방향을 틀었다. 바나듐 산화물은 외부에서 전압·열·빛 등 다양한 자극을 가하면 전기가 통하다가 안 통하다가 하는 금속-절연체 급속전이(MIT·Metal-to-Insulator Transition) 현상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이산화바나듐은 MIT 전이온도 밑에서는 저항이 큰 절연체의 특성을 보이다가 그 이상의 열을 가하면 저항이 줄어 금속처럼 전기를 잘 통과시킨다. 이렇게 도체와 부도체를 오가는 스위칭 특성이 10의 14승분의 1(10-14)초 수준의 초고속으로 제어돼 반도체 소자로 활용할 길이 열려 있었다.

이에 서 교수팀은 반도체 집적화 공정에 필수적인 실리콘 기판 위에서 2층으로 된 신소재 수직 박막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2층은 다(多)조성(multi-level) 바나듐 산화물, 1층은 이산화바나듐 및 실리콘 산화물이 혼합된 바나듐 실리케이트로 구성됐다. 이런 이중층 구조는 수평 방향과 수직 방향의 저항 제어로 스위칭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공 시냅스로 쓰이던 기존의 멤리스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극 3개짜리 트랜지스터를 제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교수팀의 멤트랜지스터는 입력되는 전류의 값에 따라 신호 강화 또는 약화의 학습 기능을 발휘하며 24만 번 이상의 스위칭 반복 동작에서도 정확한 출력을 내는 신뢰도를 보여줬다. 특히 전력 소모는 역대 최저전력의 절전 능력을 과시했다. 뇌 속 시냅스는 0.01초 간격으로 10의 13승분의 1줄(10-13joule)의 전기를 쓴다. 서 교수팀의 멤트랜지스터는 40나노초 간격으로 100펨토줄(10-14joule)의 에너지를 소모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공 시냅스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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