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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남자의 클래식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3일(木)
스탈린정권서 ‘어용 음악가’ 불렸지만… 순응·항거 줄타기 속 걸작 빚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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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10대 시절 걸출한 교향곡 작곡
정부에서 당·혁명 찬양 곡 강요

스탈린 눈에 벗어나 생명 위협
충성 메시지 가득한 작품 내놔
국민 영웅·직위 박탈 넘나들어


오랫동안 ‘어용(御用) 음악가’란 오명으로 손가락질받아 왔던 작곡가가 있다. 그는 권력 앞에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고, 순응과 항거 사이에서 목숨을 건 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다른 예술가들처럼 자유를 찾아 망명을 떠나지도, 또 권력과 타협하지도 않았다. 시대에 스러지지 않기 위해 오히려 암흑의 길을 홀로 걸어나가며 그 순간순간 최고의 걸작을 빚어냈다.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바로 러시아 출신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련 페트로그라드(지금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한 그는 9세가 되던 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3세가 되던 1919년 페트로그라드음악원에 입학해 피아노와 작곡을 전공했다. 그는 21세가 되던 1927년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피아노 콩쿠르인 제1회 쇼팽 국제 콩쿠르에 참가해 명예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곡가로서의 성취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1925년 그는 졸업 작품으로 ‘교향곡 제1번’을 완성해 초연했는데 10대가 쓴 교향곡이라고 하기엔 작품성과 독창성에서 경탄할 만한 것이었다. 그의 명성이 높아지자 스탈린 정권은 그에게 프롤레타리아를 위한 음악, 당과 혁명을 찬양하는 곡을 작곡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렇게 작곡된 작품이 “교향곡 제2번 ‘10월’, Op.14”(1927년)과 “교향곡 제3번 ‘5월 1일’, Op.20”(1929년)이다.

1934년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초연했다. 이는 당이나 혁명과 무관한 통속적 내용의 작품이었고 대중들은 사실적 스토리와 음악에 열광해 2년간 무대에 177회나 올려졌다. 그러던 1936년 정부기관 잡지 ‘프라우다’에 그의 오페라를 혹독하게 비판하는 비평이 실렸다. 비평이 실리기 이틀 전 스탈린이 직접 오페라를 관람했는데, 오페라의 형식주의와 내용에 분노해 급기야 3막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린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쇼스타코비치에겐 비밀경찰의 취조와 감시가 따라붙었고 그는 음악적 생명뿐만 아니라 목숨의 위협마저 느끼게 된다.

그는 1937년 새로운 작품 ‘교향곡 제5번, Op.47’을 완성해 발표한다. 그는 이 작품에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창조적인 답변”이라는 메시지를 달았는데, 이는 그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경향의 음악가로 충성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초연은 그해 11월 21일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이뤄져 ‘혁명’이라는 제목이 붙게 됐으며 정부 관련 비평가들로부터도 찬사를 받게 된다. 그는 다시 국민 영웅 음악가로 복권됐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직후 작곡한 ‘교향곡 제9번’이 다시 스탈린의 심기를 건드린다. 권력자들은 전쟁의 승리를 찬양하는 대작을 기대했지만 그들을 비웃기라고 하듯 유머가 넘치는 작품을 내놓았다. 쇼스타코비치는 음악원 교수직을 해촉당했지만 당의 압력에 대항과 순응의 경계를 넘나들며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교향곡 제 5번, Op.47

쇼스타코비치가 남긴 15개의 교향곡 중 가장 유명하며 최고의 걸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이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1악장의 매우 느리게 전개되는 강렬한 서두 부분은 공포감을 표현하고 곧 알레그로로 이어진다. 2악장에서는 알레그레토의 리듬이 폭력의 무리들을 연상시키고 이어 등장하는 현과 플루트가 억압받는 약한 대조군을 떠오르게 한다. 3악장의 가장 아름답고 수려한, 서정적이고 느린 악장에 이어 4악장에서는 앞선 악장의 공포와 폭력, 억압으로부터의 승리가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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