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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이코노미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7일(月)
유가 오르자 원유 더 뽑는 미국…가스 끊기자 원전 더 찾는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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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이코노미 - ‘E플레이션’ 공포에 전세계 에너지 지형 변화

- 美, 원유시장에 돌아왔다
청정에너지 도입 추진했지만
유가급등 따른 인플레 우려에
일평균 1180만 배럴 생산 확대
내년엔 사상 최대치 기록할 듯

- 유럽, ‘원전 = 친환경’ 분류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신재생에너지 수급 불안 겹쳐
거래 가격 ㎿h당 80유로 넘어
원자력 통해 에너지 독립 추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회복 국면에서 급격하게 오른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전 세계 에너지 지형도를 바꿔 놓고 있다. 특히 미국은 화석 에너지에서 탈피하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에도 불구, 자국 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유전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풍력 발전 부족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가스관 잠금 조치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유럽은 원자력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의 수급 불안을 낮추고 에너지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독립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이 원유 시장에 돌아왔다” = 시장분석업체 IHS마킷의 다니엘 예르긴 부회장은 최근 미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원유시장에 돌아왔다(The US is back)”면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원유시장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주도권을 갖고 있었지만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증가세로 이미 전환됐고 올해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1180만 배럴로 지난해 1116만 배럴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EIA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올해 지속 증가해 내년에는 하루 평균 1240만 배럴까지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최근 미국 내 유전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제가 서서히 회복하며 수요급증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미국 내 유전 개발의 경제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초 배럴당 50달러 수준에 머물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80달러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기조 변화도 읽힌다. 미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화석연료와 결별하고 청정에너지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국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실제 최근 발표된 지난해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 상승, 약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휘발유 가격이 49.6% 오르는 등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장기적으로는 석유 의존도를 줄여 클린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면서도 “석유 업계가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그랜홈 장관은 업체들에 직접 전화로 증산을 요청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르긴 부회장은 앞선 인터뷰에서 “미 에너지부 장관이 업체들에 증산을 요청하는 전화를 두 차례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정치적 타격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으로 회귀하는 유럽 = 유럽은 원전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최근 원전을 환경친화적인 ‘녹색 분류 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EU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공인한 셈으로 녹색 분류 체계는 녹색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친환경 사업과 그렇지 않은 사업을 구분하는 정책 기준이다. 원전이 녹색 분류 체계에 편입되면 당장 1조 유로(약 1395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EU 기후변화 투자 예산(그린딜)을 원전에 쓸 수 있게 돼 관련 산업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유럽의 원전 회귀 원인에는 주력 원료로 사용하는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난해 유럽 천연가스 거래의 벤치마크가 되는 네덜란드TTF 거래소에서 연초 메가와트시(㎿h)당 20유로(약 2만70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천연가스는 최근 80유로를 넘어선 상태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 디렉터는 뉴욕타임스(NYT)에 “최악의 경우, 유럽에서 블랙아웃(대정전)이 일어날 수 있다”며 “상황이 나빠지면 정부가 가정용 가스 공급을 위해 공장을 멈추라고 명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경제가 회복하며 수요가 급증하는 와중에 나타난 신재생에너지의 수급 불안이 문제였다. 유럽 국가들이 풍력 발전을 위해 의존하는 북해의 바람이 최근 유독 잠잠한 게 원인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독일의 풍력 발전 생산량은 하루 5000메가와트(㎿)를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30일의 최대치 4만7130㎿와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독일뿐만 아니다. 영국에서도 풍력 발전 부족으로 전기요금이 7배 올랐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유럽과 갈등하고 있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점도 천연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유럽 등 서방국가와의 협상에서 쓸 카드를 끌어모으면서 벨라루스·폴란드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야말-유럽’ 가스관을 통한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와 함께 나토의 동진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서방국가는 나토 가입은 주권 국가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의 원전 회귀는 신재생 에너지의 수급 불안을 잠재우고 러시아 등 에너지 수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EU의 지정학적 독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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