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문화기관장 인사 ‘난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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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정부 직제에 ‘문화부’가 생긴 것은 6공화국 때였다. 유신 정권과 5공화국의 ‘문화공보부’에서 독립한 것이었다. 3공화국 때 생겼던 공보부는 이때 공보처로 격하됐다가 나중에 없어졌다. 초대 문화부 장관이었던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문화부 창설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국가를 지향하는 나라에 걸맞은 일이었다는 것이다. 문화부는 문민정부 이후 체육, 관광 등의 이름을 덧붙여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가 됐다.

거대 조직인 문체부 장관에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취임한 것은 지난해 2월이었다. 그의 임명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정권이 문체부를 이미 사라진 역사 유물인 ‘공보처’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당시 황 의원은 여당 내 친문재인계 인사로 입지가 뚜렷했으나 문화, 체육, 관광 행정에 문외한이었다. 그런 인물을 장관에 앉힌 이유는 뻔했다. 문체부를 정권 보위처로 삼겠다는 것이었다. 물망에 올랐던 사람들이 사양하는 바람에 그가 선택됐다는 후문이 나돌긴 했다. 결과적으로 그가 수장이 됨으로써 문체부 안팎에서는 정권 근위대가 됐다는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그걸 의식해서였는지 황 장관은 문화, 관광 진흥을 하겠다며 현장을 꽤 뛰어다녔다. 그러나 제스처 이상의 성과는 나타나지 않았고, 문화 기관장 인사 잡음만 계속 불거졌다. 정부 산하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 임명을 둘러싸고 최근 벌어진 논란은 한 사례일 뿐이다. 기악을 하는 오케스트라 대표로 성악가를 앉힌 것에 대해 음악계는 코웃음을 친다. 게다가 이 성악가가 황 장관의 지역구 행사 때 노래를 불러주는 등의 인연이 있는 인물이니….

지난달 말 임명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은 황 장관의 부인이 졸업한 대학교의 무용원 교수 출신이다. 많은 전통예술 전문가 중 하필이면 황 장관 부인과 학연이 있는 인물이 선정된 것이다. ‘임기 말의 떡 나눠주기’라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정권은 초기부터 한국관광공사,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문체부 산하 기관 수장에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을 앉혔다. 이전 정권의 블랙리스트를 그토록 공격하더니 자기들은 화이트리스트로 가겠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니 향후 기관장 공모에서 친정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인사가 응모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최근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결과 최종 후보로 민중미술 계열 출신들만 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화이트리스트 내에도 능력을 인정받는 인사가 있으나, 소수에 그친다. 회전문 인사 구설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화이트리스트의 절정은 뭐니 뭐니 해도 친문 인사의 문체부 수장 기용이다. 문화단체장 인사 난맥상은 그걸로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공보처로 여겨진 부처의 산하 기관장에 관련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응할 까닭이 없다. 장관과 측근들은 그걸 빌미로 주변 사람들에게 떡 나눠주기를 하는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자기편 챙기기를 하지만, 이 정부처럼 막무가내인 적은 없었다. 이렇게 무도한 정부는 포기하고 다음 정권에 기대한다. 문체부 수장과 문화 기관장만큼은 K-컬처 국가 수준에 걸맞은 인물로 뽑아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