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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9일(水)
아련하고 시린 첫사랑… K-로맨스도 세계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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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한 설정과 판타지를 덜어내고, 헤어진 후 다시 만난 연인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SBS ‘그해 우리는’은 K-로맨스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SBS월화극 ‘그해 우리는’ 넷플릭스 등 OTT서 인기

자극적인 소재의 판타지 아닌
따뜻한 화면·감성 대사로 울림

내레이션으로 ‘속마음’ 처리
진짜 이별의 이유 간접적 전달

멜로는 한국의 가장 큰 강점
외국인들에겐 ‘순수 판타지’


“예전엔 진짜 좋아했어요.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지금은 친구 하기로 했고요.” SBS 월화극 ‘그해 우리는’의 최웅(최우식)은 국연수(김다미)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시청자들은 이 대사를 곱씹으며 생각한다. ‘과연 헤어진 연인과 다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는 드라마 속 판타지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친구의 고민같이 들리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첫사랑 내러티브의 유효함을 증명하는 ‘그해 우리는’의 힘이다. 따뜻한 질감을 가진 화면 구성과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로 울림을 준다. 편성사인 SBS의 시청률은 3∼4%(닐슨코리아 기준)에 불과하지만 체감 반응은 그 이상이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드라마를 본 젊은 시청자들이 각종 SNS를 통해 입소문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 아리는…첫사랑의 대화

툭툭 내뱉듯 던지는 ‘그해 우리는’의 대사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진 이들의 폐부를 찌른다. 특히 5년간 사귀다 헤어진 최웅과 국연수가 이별 이유에 대해 나누는 대화는 ‘그해 우리는’의 백미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아름답게 새겨진다.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기억 편향, 므두셀라 증후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이별은 없다. 이별하던 순간, 항상 서로의 마음을 할퀴었다. ‘그해 우리는’은 이 부분을 정확히 짚는다.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는, 너와 나의 현실이 같지 않아서. 사실 내 현실이 딱해서. 지금은 내 현실 하나 감당하기도 벅차서, 더 있다간 내 지독한 열등감을 너한테 들킬 것만 같아서’라는 전하지 못한 고백이 진짜 이별의 이유였다. 현실에 치여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라던 국연수의 말과 ‘우리가 헤어진 건 다 내 오만이었어’라는 속마음을 담은 내레이션은 실제 감정과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의 차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런 절절한 대사를 담백하게 주고받는 최우식, 김다미 두 배우의 연기 내공 또한 만만치 않다. 2018년작인 영화 ‘마녀’ 이후 4년 만에 다시 만난 둘은 ‘그해 우리는’에서 5년 만에 재회한 연인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교복을 입던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된 현재의 모습까지, 긴 시간의 흐름을 담는 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OST가 한몫을 더한다. 최우식과 절친한 사이인 그룹 방탄소년단의 뷔가 부른 OST ‘크리스마스 트리’는 한국 드라마 OST 가운데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 진입했다. 해당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는 이미 910만 뷰가 넘었다. 여기에 10㎝의 ‘서랍’, 비비의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샘김의 ‘여름비’ 등도 지니뮤직 기준 인기 음원 톱30에 들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로 뻗어가는 K-로맨스

글로벌 콘텐츠 순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그해 우리는’은 지난 13일 기준 일본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다. 글로벌 넷플릭스 비(非)영어권 기준 순위도 9위까지 치솟았다.

‘그해 우리는’은 기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던 K-콘텐츠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성공작으로 꼽히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지옥’ ‘킹덤’ 모두 계급 투쟁, 권력욕, 선전·선동 등 자극적 소재에 판타지를 곁들이며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한 반면, ‘그해 우리는’은 죽음과 파격으로 점철된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최근 ‘그해 우리는’뿐만 아니라 로맨스 사극 ‘연모’가 넷플릭스 인기 순위 톱10에 드는 등 K-로맨스의 선전이 돋보인다. 특정 장르에서 벗어나 K-콘텐츠의 범용성을 키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기존 K-콘텐츠는 ‘센 소재’를 택하거나 이국적 볼거리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최근 멜로 드라마까지 인기를 얻는다는 것은 한류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의미이므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 평론가는 “‘겨울연가’로 한류가 시작됐듯, 멜로는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강점을 보이는 장르”라며 “한국의 멜로 코드가 서양 시청자들에게 오히려 더 순수한 판타지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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