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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리뷰톡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9일(水)
지독한 현대 정치史 속 ‘빛과 그림자’ 같았던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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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킹메이커’

“옛날에 그리스 살던 아리스토텔레스란 아저씨가 이런 말을 했수다. 정의가 바로 사회의 질서다.” 공정한 선거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은 이렇게 말한다.

“플라톤은 정당한 목적에는 수단을 가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죠. 플라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입니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는 전략가 서창대(이선균)는 이렇게 대거리한다.

오는 26일 개봉을 앞둔 영화 ‘킹메이커’(감독 변성현)는 김운범과 서창대의 이야기다. 둘의 생각은 이처럼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같다. 선거에서 이겨 군사 정권에 마침표를 찍고 자유 민주주의 국가를 맞이하는 것. 그래서 한 배를 탄다. 하지만 목적지에 이르는 여정은 크게 다르다. 그러니 부딪칠 수밖에.

1960∼1970년대는 금권선거가 판친다. 개표장의 불이 꺼지고 투표함이 통째로 뒤바뀌기도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정공법을 고집하는 김운범은 항상 열세다. 이때 김운범을 찾아온 서창대는 상상치 못한 선거 전략으로 승리를 이끌고, 이에 힘입어 김운범은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에 오른다. 그러던 중 김운범의 자택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서창대가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두 남자의 관계는 끝을 향해 치닫는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킹메이커’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고, 서창대는 ‘선거판의 여우’라 불렸던 엄창록이다. 시나리오는 실명으로 쓰였지만 촬영을 앞두고 가명으로 바뀌었다는 후문이다.

역사의 한 장면을 스크린으로 옮긴 만큼 ‘역사가 스포일러’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역사의 이면에 카메라를 들이민다. ‘킹메이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킹’ 김운범이 아니라 ‘킹메이커’ 서창대에게 방점이 찍힌다. 빛과 그림자 같았던 두 사람이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족적에 덧댄 변성현 감독의 상상력은 ‘킹메이커’를 매력적인 스토리로 승화시킨다. 여기에 더해 설경구, 이선균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 호흡은 둘의 위태로운 동행을 표현하는 동시에 묘한 브로맨스(브러더+로맨스)를 구축한다. 앞서 ‘불한당’으로 칸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았던 변 감독의 연출력은 발군이다. 빛과 그림자 같은 두 남자를 표현하기 위해 음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조명과 앵글이 돋보인다. 서창대가 김운범의 그림자 속에 갇히는 모습을 표현한 사무실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 외에도 당시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소품을 비롯해 빈티지 렌즈와 8㎜ 필름으로 활용한 촬영 등 디테일을 살린 연출이 볼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공교롭게도 대통령 선거를 불과 40여 일 앞둔 시점에 개봉되기 때문에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15세 관람가. 123분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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