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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19일(水)
권력형 성범죄 침묵하고 남성 역차별 논란으로 ‘존폐론’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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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7년 12월 ‘동성애동성혼개헌반대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후문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 Why - 여성가족부 폐지론… 왜
與 “폐지는 극우포퓰리즘” vs 野 “젠더갈등 조장, 부처 없애야”

시대착오적 게임셧다운제 주도
성평등 학습지도안도 갈등 초래

최근 여론도 여가부에 ‘부정적’
51%“폐지 찬성”… 38% “반대”

전문가들 “정부내 야당 역할로
진정한 성평등으로 가치증명을”


20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겨울, 여성가족부가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여가부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차기 정부에서 없어져야 할(혹은 개편돼야 할) 정부 부처 1순위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선 후보는 아예 “여가부 폐지”를 외친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는 “여가부 폐지는 극우포퓰리즘”이라면서도 “개편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한다. 최근 ‘이대남’(20대 남성)을 비롯해 2030세대가 온라인 여론 주도권을 쥐고 선거에서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야 어느 쪽이 됐든 여가부 폐지·개편론을 고리로 젠더 이슈에 예민한 2030 표심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가부는 왜, 그리고 언제부터 폐지론에 휩싸이게 된 것일까?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여성부’로 처음 신설된 여가부는 2005년 6월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지금의 골격을 갖추게 됐다. 여성 정책뿐만 아니라 가족 정책을 수립, 총괄, 지원하는 조직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후 이명박 정권에서 여성부로 한번 명칭과 성격이 변경되는 부침을 겪었지만 다시 2010년 여성가족부로 이름이 확정된 이후엔 별다른 변화 없이 조직을 유지 중이다. 여가부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여가부는 현재 △성평등 사회 구현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다양한 가족 포용 및 돌봄 지원 △청소년 안전망 구축 등 4대 정책 목표를 수행 중이다. 여가부 안팎에서는 여가부 주도로 시행된 ‘호주제 폐지’나 ‘성폭력 범죄 처벌 강화’ 등을 대표 성과로 꼽는다. 반면 여가부의 역할과 정책적 실행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다소 인색한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 여러 부처와 업무가 일부 중첩되는 데다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민감한 정책적 부분도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지원하는 사업의 특성상 일반 대중에게 밀착되지 못하는 측면도 존재한다.

다만 여가부가 이처럼 ‘존폐 위기’에까지 놓인 배경에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특히 여권에서 벌어진 각종 권력형 성범죄에 여가부가 침묵한 점이 결정적 장면들로 꼽힌다. 지난 2020년 11월 5일 이정옥 당시 여가부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치러지게 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두고 “국민 전체가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역으로)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해 큰 역풍을 맞았다. 이 전 장관과 여가부는 민주당 등 여권 일부에서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해 시민들로부터 “누구를 위한 여가부냐”는 지탄을 받았다. 여가부는 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윤미향 당시 민주당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사태에선 마치 여성의 인권 그 자체보다 ‘여성단체’를 위한 부처인 양 행동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가부 스스로도 이 같은 ‘권력에의 순종·침묵’이 부처 폐지론의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걸 알고 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가부 폐지론이 나오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과 관련해 여가부가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부분들도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여가부로서는 ‘여가부가 오히려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뼈아프다. 지난해 7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게재돼 이슈를 끌었던 청원 글을 보면, 당시 청원인은 “여가부는 성 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 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어 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를 표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보다 평소 주목도가 낮은 것을 감안하면 꽤 큰 숫자다. 또 여가부가 주도한 셧다운제는 시대착오적이란 비판과 함께 실효성 논란을 빚었다. 이 밖에도 여가부에서 제작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나 ‘초중고 성평등 교수학습 지도안’에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을 담았다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일각에서 “여가부 폐지론은 여가부가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민심 역시 여가부에 차가운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1.9%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38.5%, ‘잘 모르겠다’는 9.6%였다. 해당 조사 성별 기준으로는 남성 응답자 64%가 여가부 폐지에 찬성했다. 반대는 29.8%였다. 여성은 찬성이 40%, 반대가 47.1%였다. 연령별로는 18∼29세에서 찬성 비율이 60.8%로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의 56.7%, 50대의 52.5%가 폐지에 찬성했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지지층에서는 ‘폐지 찬성’(각각 79%, 73.3%)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정의당과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로 폐지 반대 의견이(각각 79.9%, 62%) 많았다.

전문가들은 여가부가 제대로 된 부처로 기능하려면 ‘정부 내 야당’을 자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정부 내 야당과 같다. 성평등 정책을 펼치기 위해 정부에 다른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조직의 사명”이라며 “그게 여가부가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인력·예산이 필요하다고 할 때 더 많은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성평등 추진체계’ 재편과 기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8일 공개한 ‘성평등 추진체계의 국내외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최근의 여성가족부 폐지·확대·재편이 정치공학적인 시각 또는 인기에 영합해 단순히 부처의 통폐합 또는 축소·확대에 대한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 정부조직의 성평등 추진체계로서 여가부, 양성평등담당관제도, 차별시정기구 등과 연관해 전반적인 성평등 정책의 추진, 실행, 효과 등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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