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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0일(木)
박원순 성폭력 생존자의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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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2차가해·상처 극복기 담겨…“정치집단에 사용되는 것 거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피해사실과 2차 가해의 실상, 상처를 극복한 과정을 담은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냈다.

피해자 김잔디(가명)씨는 2020년 4월 회식 자리에서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시장의 지속적인 성적 괴롭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음을 깨닫고 사건을 세상에 내어놓기로 결심한다. 김씨가 13시간 동안 경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 박 전 시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 그를 애도하는 마음이 모여 나를 향한 공격의 화력이 되는 일은 광기에 가까웠다. 모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중략)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내가 평소에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입장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의 상처는 말할 수 없이 깊어졌다. 나의 삶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었다.”

김씨는 한동안 성폭력 피해를 인정받기는커녕 박 전 시장을 죽음으로 내몬 가해자로 지목돼 마녀사냥을 당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멸칭까지 생겨났다. 박 전 시장이 사죄 없이 목숨을 끊은 이후 김씨는 정신과에서 입원치료를 받았고 극단적 선택을 떠올렸다. 개명 절차를 밟고 성형수술까지 했다. 죽고 싶은 충동에 일부러 의료사고가 발생했던 병원을 예약했다고도 고백한다.

김씨는 2015년 지원하지도 않은 시장 비서직 면접을 보고 4년 넘게 박 전 시장 비서로 일했다. 그는 2017년 상반기부터 박 전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왔다고 기억하면서 집무실에서 발생한 성추행 등 수 년 동안 계속된 성폭력 실태를 책에 기록했다. 김씨는 박 전 시장이 “‘나 혼자 있어’ ‘나 별거해’ ‘셀카 사진 보내줘’ ‘오늘 너무 예쁘더라’ ‘오늘 안고 싶었어’ ‘오늘 몸매 멋지더라’ ‘내일 안마해줘’ ‘내일 손잡아줘’ 같은 누가 봐도 끔찍하고 역겨운 문자를 수도 없이 보냈다”고 했다.

김씨는 책에서 성폭력 이외에도 비서로 일하면서 경험한 부당한 노동환경과 처우를 고발했다. 그는 박 전 시장의 통풍약을 대신 받아왔고 ‘정치인 박원순’의 선거운동에도 동원됐다. ‘심기 보좌’라는 명목으로 식사자리에 말동무로 동석했고 박 전 시장 가족의 명절음식도 챙겨야 했다.

서울시청에 복귀해 근무 중인 김씨는 상처를 극복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이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나에게 가장 잔인하게 상처 주는 사람도 나이고, 나를 가장 충만하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사실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내 인생에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탓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그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응원하며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 마음이라면 이제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펴낸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 이 책이 원하는 것은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키고 마땅히 가꿔나가야 할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가능성을 묻는, 불편하지만 피해서는 안 될 유효한 질의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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