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구가 어떤 변화를 부를까요… 인문·사회과학자에게 묻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1-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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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의 탄생 | 천주희 외 지음 | 돌베개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위기’라는 말은 이제 새롭게 들리지도 않는다. 학술장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조차 이를 디폴트(기본값)로 여긴다. 언제부턴가 인문·사회과학 책은 특정 현상이나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거나 사람들에게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위로를 전하는 역할에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소설이나 에세이, TV 드라마, 영화 등이 채웠다. 그 사이 연구자들은 생계난과 삶의 불안정성에, 분과별 학문의 높은 장벽에, 학계까지 잠식한 성과주의와 계량화 흐름에 치였다.

새 책 ‘연구자의 탄생’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도 연구자이고 싶다”며 ‘사회’라는 화두와 ‘글쓰기’라는 실천을 놓지 않고 있는 신진 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돌베개출판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비판적 사회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10명에게 공통 질문을 던졌다.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가 뭐고, 어떤 개인적·시대적 경험을 통해 그 주제에 도달했으며, 자신의 연구와 학술 활동을 통해 어떤 지적·정치적 변화가 일어나기를 희망하는지.

문화연구자이자 작가인 천주희의 말은 책의 성격을 보여준다. “나에게 공부란, 내 주변에 산재한 죽음과 불평등과 배제, 소외, 부조리함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바꿔나가야 할지 삶과 생존을 위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매개였다.”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주제를 밝힌 사적인 기록인 동시에 그들의 연구 대상인 한국 사회에 대한 공적 기록인 것이다. 실제로 책에는 척박한 연구 환경뿐 아니라 불평등, 청년 소외, 성별 갈등, 혐오, 금융자본주의 등 21세기 초반 한국 사회의 단면과 이를 바라보는 연구자들의 시각이 담겨 있다.

이승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자본주의의 변화를 ‘금융화’로 규정하고, 이것이 사람들의 주체성과 사회적 상황에 미칠 영향을 논한다. 최근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에 대한 ‘영끌·빚끌’ 투자가 보여주듯 노동보다는 투자가 삶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자산경제’로의 전환, 일상생활의 금융화로 인한 ‘투자자 주체성’의 전면화,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대중투자문화’의 등장 등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한다. 사회학자 김정환은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이 공론장에서 표명하는 의견과 실제 현실의 괴리, 즉 ‘말과 현실이 겉도는 현상’을 지적한다. 지식 생산은 연구자만의 몫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 모두의 ‘자기변환의 실천’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291쪽, 1만5000원.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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