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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1일(金)
순직 순간까지 살신성인 실천한 진정한 전투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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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민 소령(1993∼2022)

“하늘은 우리의 일터요 싸움터, 하늘에 살면서 하늘에 목숨 바친다.” 이 구절은 공군사관학교 교가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군사관생도들은 주요 행사 때 교가를 부르고 또 불러 ‘하늘에 살다 하늘에서 목숨을 바치는 것’을 확고한 사생관(死生觀) 정립의 근거로 삼는다.

진정한 보라매가 되려면 비상(飛上)하기 위한 비행훈련을 받아야 하는데, 공군사관학교는 진정한 하늘의 사나이 전투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4년간 항공 지식을 함양하는 것은 물론 관숙비행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보라매로 올바른 기상을 펼치게 하기 위해 공사10훈(十訓)을 달달 외워 신념화시키는데, 그만큼 내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도 생활을 마치고 초·중·고등 비행훈련이라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하면 꿈에 그리던 빨간 머플러를 목에 두르게 된다.

지난 11일 수원기지에서 이륙한 F-5E 전투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하늘의 사나이 심정민 소령(공사 64기)은 공사에서 배운 10훈을 위기 상황에서 잘 적용, 비록 자신은 희생하면서도 애민(愛民)정신을 발휘함으로써 민가의 피해를 차단했다. 심 소령의 희생정신은 저절로 발휘된 것이 아니다. 전투 기량이 뛰어나고 매사에 솔선수범으로 신망이 두터웠던 것을 기본바탕으로 10훈을 온몸으로 체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심 소령은 F-5E 전투기를 몰고 수원기지에서 이륙한 지 1분여 만에 항공기 좌우 엔진 화재 경고등이 켜지는 긴급상황이 발생하자 상부에 상황을 보고하는 등 침착하면서도 신중하게 대처했다. 그다음 단계에 심 소령은 긴급 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조종계통에 문제가 생겨 기체가 말을 듣지 않고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수원기지 인근엔 수많은 민가가 있어 자칫 조종간을 놓았다가 전투기가 민가에 추락할 경우 시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음을 직감한 심 소령은 기수를 야산 쪽으로 돌린 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음으로써 가까스로 시민들을 지켜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군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한 것은 물론 상부 지시를 성심복종(誠心服從·공사10훈 3)했다. 공군관계자들에 의하면 심 소령은 가쁜 호흡을 하면서도 최후까지 침착하게 조종간을 놓지 않고 수원시민을 구함으로써 책임완수(責任完遂·공사10훈 4)를 다했다. 위기의 순간에 애민정신을 발휘, 조종간을 붙잡고 민가를 피한 고인의 살신성인은 위국헌신(爲國獻身)의 표상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것이다.

심 소령이 탑승한 F-5E 전투기는 1970년대에 도입해 거의 반세기가 흘러간 노후한 전투기임이 분명하다. 2000년 이후 같은 기종이 12대나 추락했으니 젊은 전투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마다 “제발 오늘도 무사히”를 외쳤을 만큼 불안했을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심 소령과 같은 전투 조종사들의 위국헌신적인 죽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 오충현 중령, 고 최필영 소령 등 계속 이어졌다. 사관생도는 물론 고된 비행훈련을 받고 있는 후배들도 심 소령이 보여준 거룩한 정신을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29세 청춘 심 소령의 헌신적인 죽음을 기억하고 그 헌신을 기반으로 우리가 자유와 풍요로움을 누리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심 소령의 영면을 기원한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이준희(공군 예비역 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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