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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1일(金)
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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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겊의 종착역은 흥부의 해어진 옷이고 천의 마지막 역할은 무언가를 닦는 데 쓰이는 걸레나 행주다. ‘헝겊’은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헌 것’이다. 즉 헐어서 못 쓰게 된 천 조각이 곧 헝겊인데 그마저 옷을 깁는 데나 무엇인가를 닦기 위한 걸레나 행주로 쓰는 것을 보면 조상들이 천을 얼마나 아꼈는지 엿볼 수 있다. 오늘날에도 걸레로 훔쳐낸 말끔한 바닥이나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행주로 물기를 닦아낸 그릇은 우리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 준다.

걸레는 옛 문헌에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본래 걸레나 그와 비슷한 말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행주 또한 한자와 관련을 짓고 싶겠지만 가져다 붙일 만한 한자가 없으니 고유어로 봐야 한다. 그래도 다들 행주에 대해서는 어원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임진왜란 당시 행주산성에 자리를 잡은 권율 장군이 성안의 백성들과 왜군을 무찌른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아녀자들이 덧입은 치마에 돌을 담아 나른 것에서 행주치마가 유래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유래담이 그렇듯이 이 이야기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행주(幸州)’는 한자로 된 지명이니 과거에도 표기는 조금 달랐지만 행주다. 그러나 오늘날 행주라 쓰는 것은 ‘자’이다. 심지어 임진왜란 이전의 문헌에 행주치마의 옛 표기가 나타난다. 표기도 다르고 행주치마가 이미 있는 상태이니 행주대첩과 관련을 지을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오히려 덧입는 치마를 왜 행주치마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행주는 그릇이나 밥상을 닦는 용도인데 그것을 치마로 걸쳤다는 말인가? 요즘에는 행주치마란 말도 잘 안 쓰이고 그마저 앞치마로 대체되고 있으니 행주와 치마의 결합은 더더욱 의아하다. 먼 훗날 후손들은 행주치마는 물론 앞치마까지도 의문을 품을지 모르겠다. 왜 앞바지가 아니냐고, 앞치마마저 성 역할에 대한 고정된 인식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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