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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4일(月)
조용히 봉사, 적극 대외활동…역대 영부인, 대통령에 막강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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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본관 전경. 국내법상 대통령의 배우자, 즉 영부인의 권한이나 책임이 규정돼 있진 않지만 청와대 제2부속실이 영부인의 공식·비공식 일정과 대내외 활동 수행, 관저 생활 등을 총망라해 밀착 전담한다. 김호웅 기자

■ Leadership 클래스 - 역대 영부인

육영수, ‘봉사’하며 측면 지원
이희호, 여성부 출범에도 일조
김윤옥, 한식 세계화 정책 앞장

법적권한 없지만 ‘비공식 참모’
일부는 권력형비리 휘말리기도

美선 사업예산·직원배정 법으로
미셸 오바마, 학교급식 개선운동
낸시 레이건, 마약 퇴치 캠페인


대통령 선거에서 후보의 배우자, 즉 영부인은 선출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영부인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보니 유권자들은 후보자 본인 만큼이나 장차 영부인이 될 후보 배우자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선출되거나 임명된 적 없는 권력,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비공식적 참모라는 점에서 영부인은 대통령만큼이나 국가 중대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최근 사실상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라는 평가와 함께 영부인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들의 면면은 조용히 대통령 옆에서 지원하는 유형과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나서는 유형 등으로 갈린다. 영부인들은 이러한 영향력에 남편 임기가 끝난 뒤 ‘권력형 비리’에 휘말린 사례도 적지 않다.


◇책임·권한 없으나 사실상 참모이자 동료…권력형 비리에 휩싸이기도 = 우리 헌법에는 영부인의 책임이나 권한, 보수 등에 대한 규정이 없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경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영부인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사실상 공직자의 역할을 하며 국내외 주요 행사에 대통령 파트너로 참석한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따금 대통령을 대신해 대외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역대 영부인들은 대통령 뒤에서 조용히 지원하는 유형, 적극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 활동하는 유형,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를 유지하는 유형으로 나뉜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는 남편을 위해 타이핑 등을 해주는 정도의 도움은 줬지만 정치에는 개입하지 않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인 김옥숙 여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앞에 나서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는 영부인 시절 참모 부인들과의 모임을 없앴을 정도로 대외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다.

반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는 ‘육영재단’과 ‘양지회’ 등을 꾸려 봉사활동을 하며 박 전 대통령의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따금 박 전 대통령에게 직언을 마다치 않으면서 ‘청와대 안의 야당’이란 별명도 붙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순자 여사는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하는 등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 영부인으로 평가받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는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로 꼽히며 김 전 대통령과 동지적 관계를 형성했다. 1952년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여성문제연구원’을 창립했고 1998년 영부인이 되고 나서는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출범에도 일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 세계화 등을 추진하는 등 일부 영부인은 여러 정책 추진에서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러한 영부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와대 제2부속실 비서관이 영부인을 밀착 전담하고 있다. 경호 업무를 담당하는 경호처와 별개로 영부인의 일정과 행사, 활동 수행, 관저 생활까지 보좌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영부인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법적 규제나 제약이 없다 보니 권력형 비리 논란을 피해가지 못한 역대 영부인들 사례가 반복되기도 했다. 이순자 여사는 전 전 대통령 퇴임 후인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관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옥숙 여사 역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다. 권양숙 여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중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윤옥 여사도 한식 세계화 운동에 정부 부처를 동원한 일 등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美, 영부인에게 사업 예산 배정…각종 정책 추진으로 남편보다 존재감 커지기도 = 대다수의 나라가 영부인의 법적 권한이나 지위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헌법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공식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별도 예산을 편성하려 했다가 거센 비판 여론에 철회했다.

반면 미국은 영부인에게 사업 예산과 직원을 배정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이행해야 할 책임과 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바탕이 됐다. 역대 미국의 영부인들은 재임 기간 독자적인 캠페인을 추진하며 정부의 일을 챙기고 있다. 이른바 ‘펫 프로젝트’(Pet Project)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는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전하자 현장 행보를 강화하며 내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5개 주 60여 개 도시를 누비며 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 등 활동을 벌였다. 남편이 부통령에 오른 2009년부터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온 바이든 여사는 영부인이 된 후에도 교직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새로운 영부인상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CBS 인터뷰에서 영부인 역할에 대해 “영부인에 적응하는 것이 상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교육, 빈곤, 여성·흑인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아동 비만과 학교 급식 개선 운동인 ‘레츠 무브’(Let’s Move)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한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마약 퇴치 캠페인으로 꼽히는 ‘아니라고만 말하라’(Just say no) 운동에 앞장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1992∼2000년) 힐러리 클린턴 여사는 미국의 경제와 일자리 정책 등에 실제 관여하며 부통령보다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줬다. 그는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장관에 오른 뒤 2016년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도 뛰며 때때로 남편보다 큰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인 바버라 부시 여사는 부통령 부인 시절(레이건 행정부)부터 활발히 했던 문맹 퇴치운동에 영부인 시절에도 변함없이 앞장섰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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