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는 美에 맞선 ‘新질서 싸움’… ‘푸틴·시진핑 공동투쟁’ 맥락에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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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신문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러 제재 당해도 中이 물밑지원”

올해 최대 안보 위기로 떠오른 우크라이나 사태는 냉전 이후 줄곧 패권을 호령해왔던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공동 투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중대하고,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 제재를 가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해도 중국의 물밑 지원 탓에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이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움직임이 향후 양국 협력의 균열 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FT의 국제 관계 분야 수석 칼럼니스트인 기드온 라흐만은 이날 칼럼에서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수로 1991년 걸프전 이후 지속해 온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를 틈타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이념적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협력하면서 한편으로는 경쟁하는 관계였지만,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과 오랜 기간 대립해 온 후 공통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얘기다. 이를 잘 나타내는 가장 최근의 사례가 카자흐스탄 봉기 직후 양국이 입을 모아 미국을 향해 “색깔 혁명을 지원하지 말라”고 저격하고 나선 일이다.

색깔 혁명이란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2004년), 조지아의 장미 혁명(2003년) 등 구소련권 국가에서 공산주의 붕괴를 초래한 반정부 혁명을 뜻한다. 라흐만은 “공산주의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 전 세계 혁명 세력을 지원하던 중·러가 이젠 ‘반혁명의 수사학’을 받아들였다”고 표현했다.

라흐만에 따르면 1917년 우드로 윌슨 전 미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주창했듯, 오늘날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독재 정치에 안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확실히 자국 영향권 아래 두는 것은 대만이나 남중국해에 대한 ‘영토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는 중국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다만 라흐만은 “러시아는 단지 강대국 중 하나가 되길 원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강국이 되길 원한다”며 양국의 야망에도 차이가 있다고 봤다. 두 나라의 경제력 차이가 최대 10배까지 나기 때문이다. 또 과거처럼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할 경우, 올림픽을 3연임 로드맵으로 삼고 있는 시 주석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질 가능성도 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