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가중치 등 조사방식 오류”…‘정부 입맛대로’ 광고집행될 우려

■ 정부 신문열독률 왜곡조사…문제점 들여다보니

영업장 독자 절반 넘는데 무시
언론진흥재단 “방식 문제없다”
정부는 반발 불구 강행 재확인

언론 4단체가 24일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 이유는 정부가 새 기준으로 내세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 신문잡지 이용 조사’(열독률 조사)에 많은 오류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신문협회·한국지방신문협회·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조사의 7대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번 조사가 사무실, 상점, 학교 등 영업장은 빼고 가구 방문만을 통해 이뤄진 게 첫 번째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2020년 한국ABC협회의 부수공사 인증 결과 영업장 독자 57.6%, 가구 독자 42.4%의 분포를 보였는데도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업장 독자가 조사에서 배제돼, 영업장 독자 비중이 높은 매체에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실제로 A경제신문은 B종합일간지보다 유료부수가 더 많지만, 열독률 조사에서는 0.44%에 그쳐 B신문(0.63%)에 뒤처졌다.

가장 많은 인구가 사는 경기도의 표본 샘플 비율이 0.06%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낮게 나타나는 등 표본 샘플 비율이 부적정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세종(0.39%), 제주(0.26%), 울산(0.21%) 등의 표본 샘플 비율이 경기와 큰 차이가 났다.

응답자의 주거 형태, 지역·성별·나이에 따라 부여된 가중치가 불투명하고 특히 정기 구독자를 회사나 식당 등에서 우연히 신문을 읽은 사람과 똑같이 취급하는 등 가중치 부여 방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 밖에 전국 3560개 종이신문 가운데 10%에도 못 미치는 302개 매체만 조사에 포함돼 소규모 지역신문 대다수가 배제된 반면 종이신문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매체가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점, 이번 열독률 조사 결과와 ABC협회의 발행·유가부수가 지나치게 큰 차이를 보이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언론 4단체는 “열독률 조사 결과를 정부광고 핵심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사를 진행한 언론진흥재단은 조사 대상인 ‘개인’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가구 추출’을 사용했을 뿐 조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언론재단은 “집, 회사, 학교, 공공장소 등 이용 장소와 상관없이 지난 1주일간 종이신문을 읽은 경우를 조사했으므로 영업장에서 신문을 읽은 경우도 조사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 표본 논란에 대해서는 “유효표본수 면에서는 서울·경기 지역이 가장 많다”고 반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업계 및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점은 보완하겠지만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열독률 조사 결과로 바꾸겠다는) 정부 방침의 큰 틀은 유지할 것”이라며 정부광고 집행 기준을 변경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