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총리, 보석도난 사건 후 30년만에 사우디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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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보석 훔쳐 달아난 泰근로자
사우디 외교관 등 살해되기도

태국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오는 25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방문한다. 1989년 태국인 근로자가 약 238억 원어치 보석을 훔쳐 달아난 이른바 ‘보석 도난 사건’으로 양국 관계가 단절된 뒤 30여 년 만의 첫 방문이다.

23일 사우디 국영 SP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쁘라윳 짠오차(사진) 태국 총리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초청으로 사우디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태국 총리의 방문은 양국 공통 관심 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현안에 대해 협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 역시 성명에서 “이번 방문은 태국과 사우디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관계는 ‘보석 도난 사건’을 계기로 30년 넘게 냉각 상태였다. 당시 사우디 왕자의 집에서 일하던 태국인 크리앙크라이 테차몽은 50캐럿짜리 ‘블루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2000만 달러(약 238억 원)어치의 보석들을 훔쳐 본국으로 달아났다. 블루 다이아몬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 가운데 하나로,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 중인 유명한 ‘호프 다이아몬드’보다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이들 보석을 회수하기 위한 여러 조처를 했으나 보석을 되찾는 데 실패했다. 사우디는 1990년 보석 회수를 위해 방콕에 3명의 외교관을 보냈으나 곧 조직적인 암살 작전에 휘말려 살해됐다. 이후 보내진 왕실 자문관 역시 실종됐다. 태국 경찰이 수사를 통해 일부 보석을 돌려줬으나 사우디 당국은 돌려받은 보석 대부분이 가짜라고 발표했다.

이후 사우디와 태국 관계는 최악으로 냉각됐다. 사우디는 보복 조치로 태국 주재 대사를 소환하고 더는 대사를 보내지 않았다. 또 사우디인의 태국 방문을 금지하고 태국인에 대한 사우디 내 취업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20만 명에 달하는 사우디 내 태국 노동자들은 추방됐다. 이로 인해 태국은 양국 무역, 관광 등이 중단되며 훔친 보석 값을 뛰어넘는 수조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보석을 훔친 테차몽은 이후 태국 경찰에 자수한 후 7년 징역형을 받았으나, 5년 복역 후 풀려났다. 그는 “업보에서 벗어나겠다”며 지난 2016년 승려가 된 뒤 현지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