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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22년 01월 25일(火)
박경리 ‘토지’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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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는 소리 내어 웃고, 푸른 하늘에는 실구름이 흐르고 있었다.’ 한국 현대문학의 기념비적 걸작인 박경리(1926∼2008)의 대하소설 ‘토지(土地)’ 마지막 문장이다. 1945년 8월 15일을 묘사한 장면이다. ‘토지’는 월간 현대문학 1969년 9월호에 연재가 시작됐다. 대단원의 막은 1992년 9월 1일부터 게재한 문화일보에서 내렸다. 26년간에 걸친 집필의 최종회 마침표가 1994년 8월 30일 자에 찍혔다. 대미(大尾)를 이룬 그 문장을 읽은 지 2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며 감회에 젖는 사람 또한 많다.

1897년 한가위 아침을 첫 문장에서 그린 ‘토지’는 200자 원고지로 3만1200여 장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웅장한 대서사문(大敍事文)이다. 나남출판사에서 21권으로 2002년 재완간하기에 앞서, 1994년 출판사 솔에서 16권으로 처음 완간했다. 문학평론가 임우기와 정호웅은 등장하는 주요 인물 104명의 성격과 역할, 사건과 장소, 동원된 어휘 2515개, 속담 438개, 풍속과 제도 179개 등을 망라한 ‘토지 사전’도 1997년 펴냈다. ‘토지’는 영어·독일어·프랑스어·일본어 등 많은 언어로 번역되고, 연극·영화·TV드라마·뮤지컬·만화 등 다양한 장르로도 재탄생했다.

박경리는 ‘토지’ 서문에 이렇게 썼다. ‘산다는 것은 아름답다. 그리고 애잔하다. 바람에 드러눕는 풀잎이며 눈 실린 나뭇가지에 홀로 앉아 우짖는 작은 새, 억조창생 생명 있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과 애잔함이 충만된 이 엄청난 공간에 대한 인식과 그것의 일사불란한 법칙 앞에서 나는 털고 일어섰다.’ 이런 대목도 있다. ‘앞으로 나는 나 자신에 무엇을 언약할 것인가. 포기함으로써 좌절할 것인가, 저항함으로써 방어할 것인가, 도전함으로써 비약할 것인가. 다만 확실한 것은 보다 험난한 길이 남아 있으리라는 예감이다. 이 밤에 나는 예감을 응시하며 빗소리를 듣는다.’ 그런 ‘토지’를 출판사 마로니에북스에서 20권짜리 오디오북으로 오는 2월 완간한다. 지난해 10월 29일 첫 권부터 일부는 선보여왔다. 성우 16명이 등장 인물 600여 명을 나눠 맡아 연기한 오디오북의 러닝타임은 총 240시간. 또 다른 형식의 ‘토지’ 재현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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