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79.17루블… 우크라 위기 고조에 러 화폐가치 급락

14개월만에 가장 낮은 가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며 러시아 금융시장은 이미 준(準)전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시화될 경우 서방의 제재 등으로 시장이 또 한 차례 크게 출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자국 경제의 위기 상황을 무릅쓰면서까지 우크라이나와 ‘전격전’에 돌입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유럽 군사력 강화 조치에 대응해 무력시위에 나섰다.

24일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증시의 RTS 지수는 이날 8.1% 폭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이후 27% 하락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움직임에 서방의 경제 대응 수위가 높아지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루블화 가치 역시 폭락했다. 이날 루블화는 2.5% 가치가 하락해 달러당 79.17루블을 기록했다. 2020년 후반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치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미국과 영국 등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외교관 가족들과 비필수 직원들을 철수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급락했다. 외환 거래 참여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 금융시장의 불안은 전쟁 위기가 고조되며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러시아 금융자산 가치가 계속해서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는 미국이 꺼내 든 더 강경한 제재들이 줄줄이 러시아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금융제재에 이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민간항공우주산업 등 러시아의 전략 산업을 손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수출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또 잠재적으로는 일부 스마트폰, 태블릿, 비디오 콘솔게임을 러시아에는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일상적인 부분에까지 광범위한 제재를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