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고… 영화보고… 키예프 주민들은 평소와 같은 삶

준전시 상황에도 침착한 분위기
英·濠, 자국 외교관 일부 철수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러시아와 서방이 충돌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인 24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거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상점과 카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분주했으며 공황의 징후는 없었다. 가족 단위로 산책하거나 야외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극장에서 인기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보였다. 한 미용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러시아인들이 내 고향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보도를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관의 외교관 가족들과 비필수 직원들을 본국으로 철수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날 이 같은 키예프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인들은 외부에서 긴박하게 벌어지는 준(準)전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평소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국립 영화 기록 보관소에서 일하는 마리아 글라주노바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전쟁에 대해 생각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재밋거리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민에게 당황하지 말 것을 호소하고 있다. 올렉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위협은 2014년 이후 지속해서 있었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인들과 외국인들에게 공황을 불러일으키고, 사업가들을 놀라게 하며, 우크라이나의 경제·금융 안정성을 훼손하기 위한 다량의 허위정보와 정보 조작, 가짜뉴스 등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평정 유지를 요청했다.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호주도 자국 외교관 일부를 철수시키기로 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비필수 인력을 철수하고, 대사관은 정상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험 정보를 레벨1(충분한 주의 요망)에서 레벨3(방문 중지 권고)으로 올리며 체류하는 자국민에게 출국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