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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2년 02월 07일(月)
‘땡’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의미 몰라…“무대서 땡 친다고 인생까지 종 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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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철환의 음악동네 - 송해 ‘내 인생 딩동댕’

‘아홉살 인생’이 위기철의 성장소설(1991)이라면 이번 설날특집(1월 31일 방송)은 ‘예능문화재’ 송해의 ‘아흔 살 인생’ 아니 정확히는 ‘아흔여섯 살 인생’을 압축(봉축)한 신종 악극이었다. 제작진(KBS 2TV)은 수수한 제목(‘여러분 고맙습니다’) 옆에 주인공의 이름 두 글자(송해)를 헌정함으로써 소설보다 소설 같은 그의 인생에 경의를 표했다.

시작할 때 그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항해에 나선 모습으로 등장했다. 예명(海·Sea)과 어울리는 설정이다. 오프닝으로 ‘뱃노래’를 선곡했지만 칼라 보노프의 ‘바다는 넓다’(The Water Is Wide)와도 의미가 상통해 보였다. 송해가 삶의 풍랑을 이길 수 있었던 건 혼자가 아니라 그때마다 팬(여러분)과 함께 노 저을 배(무대)가 있었기 때문이다.(Give me a boat that can carry two And both shall row, my love and I) 실향민인 그가 마침내 정박하고픈 기항지가 고향과 어머니임을 고려한다면 로드 스튜어트의 ‘세일링’도 주제의식과 맞닿는다.(Home again’ cross the sea)

주철환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음악동네에 국민MC가 어인 행차인가. 놀랍게도 그는 20개의 CD를 낸 엄연한 현역가수다. 김광석에게 ‘서른 즈음에’가 있다면 송해에겐 장마다 18곡씩 총 6개의 시리즈로 나온 패키지 음반 ‘아흔 즈음에’(2017)가 있다. 108곡 중엔 ‘비 내리는 고모령’ 등 애창가요들과 함께 이전에 발표한 ‘나팔꽃 인생’ ‘내 인생 딩동댕’도 실렸다.

‘나팔꽃 같은 내 인생 풍악 소리 드높이고’(‘나팔꽃 인생’ 중)에서 보듯 나팔꽃은 나팔(금관악기) 모양이고 딩동댕은 실로폰(타악기) 소리다. 그의 인생이 음악과 무관치 않음은 경력이 증명한다. 청년 송해가 입학(1949)한 해주예술전문학교는 평양음악대학의 전신이며 당시 북한 유일의 음대였다. 그는 산전수전뿐 아니라 실전(6·25전쟁)까지 경험한 사람이다.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했고 군 제대 후엔 창공악극단(1955)에서 가수, 코미디언, MC로 활동했다. 구봉서·배삼룡·서영춘·이주일 등이 인기 절정일 때 그는 튀지 않고 소박한 자리에 조용히(?) 머물렀다. 종로에 송해길이 생기고 대구에 송해공원이 생긴 건 그가 계속 견주고 이겼기 때문이 아니라 오롯이 견디고 지켰기 때문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1994)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인생을 초콜릿 상자에 비유하며 어떤 초콜릿을 고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한다.(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송해가 선택한 초콜릿은 ‘너보다 더’(경쟁심)가 아닌 ‘우리 모두 다’(친근감)에 가깝다. 결과적으로 그가 평생 붙잡은 건 반목이 아니라 화목이다. 전국의 특산물을 제때 섭취하니 건강도 동행했다. 세상과 세월이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전자는 후자를 이기지 못한다. 팝송 제목으로 말하자면 행복은 최고(Top of the World)보다는 최후(End of the Road)에 빛을 발한다. 그에게 붙은 현역 최고령은 최고와 최후가 결합한 결과물 아닐까.

이번 공연의 엔딩곡은 ‘내 인생 딩동댕’이었다. 가사는 ‘산도 넘고 강도 건너’로 시작해서 ‘이만하면 괜찮아 내 인생 딩동댕이야’로 끝난다. 중간 부분에서 ‘지나온 길 생각하면 아쉬움이 너무 많은데’ 끝에 가선 왜 괜찮다고 결론짓는 걸까. 그의 인생이 ‘딩동댕’이 된 비결은 간단하다. ‘좋은 친구 좋은 이웃 내 곁에 함께 있으니 괜찮아.’ 이익만을 구하고 인기에만 집착했다면 그의 자산인 귀여운 동심과도 멀어졌을 것이다.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정의를 모른다.” 송해다운 명언이다. 전국노래자랑(KBS 1TV)에 ‘땡’이 없다면 시청률도 반으로 줄 것이다. 당한 사람도 크게 무안하지 않고 보는 사람도 즐거운 게 ‘땡’의 묘미다. 아등바등하지 말자. 무대에서 ‘땡’ 한다고 인생이 종 칠 리 없다.

작가·프로듀서·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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