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폐배터리 고부가가치 재활용품…‘민간주도 순환생태계’ 모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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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광 자동차재활용업협회장

기술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의 전유물일 것 같았던 전기차 수요가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소음이 적고 유해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 업계의 화두가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입장에선 무척 반가운 일이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구매 시 파격적인 수준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충전소 등 관련 설비 확충에 적극적이다. 이렇게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덩달아 주목받는 자원이 있다.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다.

전기차의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생산 7∼10년 후 수명을 다하게 되며, 고전압이 흐르는 제품의 특성상 안전하게 회수·분리·보관돼야 한다. 잔존가치를 평가해 재이용하거나 다른 형태로 재활용할 수 있어 배터리·자동차 업체들은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일부 정책이 시장 흐름에 역행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국회는 2020년 12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대기환경 보전법을 개정, 폐배터리 반납 조항을 폐지했다. 그러나 정부는 폐지 대상을 2021년 이후 등록되는 전기차로 한정했다. 이로 인해 민간 주도의 배터리 순환경제 생태계 형성은 2021년에 등록된 전기차가 폐차되는 시점인 10년 뒤에나 가능해졌다. 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이 설립한 ‘미래 폐자원 거점 수거 센터’를 통해 배터리 회수 및 재활용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민간 생태계 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을 둘러싼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환경부는 2020년 말 한국환경연구원에 ‘사용 후 배터리에 대한 EPR 도입 연구 용역’을 의뢰한 뒤 지난해 10월 연구를 마쳤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는 희귀금속이 포함된 고부가가치 재활용품이다. 플라스틱이나 고무같이 상업적 가치가 거의 없는 물질에 적용되는 EPR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배터리 반납 수익은 정부로 귀속되지만, 반납 비용이 민간에 전가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8년 시행된 ‘전기차 배터리 반납에 관한 고시’는 ‘분리·반납비용을 폐차 소요 비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기차 소유자 또는 재활용 업자가 폐배터리 분리·반납에 드는 비용에 대한 손실을 감수하거나, 분리·반납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수요가 커지면서 앞으로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도 함께 성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없으면 시장은 활성화하지 못한다. 정부가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시장의 문제점을 업계와 함께 검토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