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라이더 우위 시장…“배달비, 주가처럼 실시간 변해 예측불가”

  • 문화일보
  • 입력 2022-02-09 10:20
프린트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배달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배달비 등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오히려 위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울 도심에서 배달 중인 라이더 모습. 자료사진


■ What - ‘치솟는 배달비’ 미스터리

수요 폭증·단건배달 도입으로 건당 2만원 뛰어넘기도… 플랫폼 업체 “1분, 1초 단위로 가격 변해 우리도 파악 못한다”
배달 앱들 급성장했지만 인건비 급증·출혈경쟁에 적자‘눈덩이’… 식재료·생필품 등 근거리 배송‘퀵커머스’강화로 마진율 높이기 안간힘


한국 1위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 등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배달 사업을 운영해온 딜리버리히어로(DH)는 최근 독일 일부 지역과 일본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도 발목을 잡았지만, 배달 서비스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향이 없는 현지 소비자가 많았던 탓이다. 수익성에 대한 의문과 시장성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겹치며 7일(현지시간) 기준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딜리버리히어로의 주가는 지난해 4월 고점 대비 50% 넘게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시험대에 오른 ‘배달 천국’ = 위기의 딜리버리히어로가 눈을 돌린 곳은 한국·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이었다. 높은 인구밀도에 식당들과 주거지역이 혼재돼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법적 제도로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아시아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 왔다. 국내만 해도 시장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요기요가 매년 눈부신 성장을 이어 왔다. 하지만 폭발적인 외형 확장 뒤에 가려졌던 배달 라이더 수급 문제, 출혈경쟁, 수수료 현실화 논란,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국내 배달 서비스 시장이 더 이상 지금의 시스템으로 버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 수도권 단건배달 기준 평균 5000원 수준까지 오른 주문자 부담 배달비에 소비자들마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배달 서비스에 이 정도 가격까지 지불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장 임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지난달 한국행정연구원에서 실시한 ‘배송·배달 서비스 관련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000명 중 53%는 현재 배달료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고 지불 의향이 있는 배달료 최대 금액은 ‘1000원 이상 2000원 미만’이 46%로 가장 높았다. 치솟은 배달비는 도무지 내려올 생각이 없는데 정작 라이더에게 지급해야 할 프로모션 비용에 마케팅비 등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한 플랫폼들은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중개수수료를 현실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인상을 예고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은 물론 식당 점주들과 배달 플랫폼 기업까지 모두 예전보다 불만만 더 늘어난 셈이다. 위기에 빠진 국내 음식 배달 서비스 시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배달 라이더 우위의 시장…모두가 한숨 = 갈수록 복잡해지는 배달 앱의 어지러운 셈법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한 배달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우리조차 지금 이 시간에도 1분 1초 단위로 변하고 있는 건당 배달료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업체들마저 정확히 오늘 배달비가 얼마인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배달비는 대부분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 점주가 나눠서 부담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당연히 주문금액이나 거리, 그날의 날씨, 단건배달 유무에 따라 배달비가 천차만별 달라진다. 여기에 단건배달이 아닌 일반 배달의 경우 배달 플랫폼으로부터 주문을 넘겨받아 실제 배달을 진행하는 배달대행사마다 비용이 제각각이다. 플랫폼별 점주·라이더에게 지원하는 프로모션 금액과 제도 역시 들쭉날쭉해 제3자 입장에서 실제 배달비를 일률적으로 파악·비교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당연히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배달비와 라이더가 실제 정산받는 배달비 사이에도 간극이 꽤 크다. 사실상 주가처럼 수요와 공급이 맞아 실시간으로 변하는 배달비를 마치 사과나 배추 가격 조사하듯 일률적으로 물가 공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배달비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건배달의 경우 급증하는 전체 배달 수요를 라이더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배달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승 추세에 있는 배달비가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바로 주문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라이더들이 시내 곳곳에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도 배달 라이더 우위의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배달 플랫폼들은 언제 어디서든 주문을 받더라도 고객의 문 앞까지 음식을 가져다줄 수 있어야 경쟁 업체를 꺾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라이더가 귀한 날이면 건당 2만 원도 뛰어넘는 배달비를 기꺼이 감수해왔다. 수많은 다른 가게를 이겨야 하는 점주 역시 플랫폼에 줘야 하는 수수료는 물론, 한껏 비싸진 배달비를 전부 소비자에게 전가했다가는 자영업 무한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일정 부분을 그대로 비용으로 떠안으려니 한숨이 나오는 건 마찬가지다.

결국 단건배달 도입과 배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서비스 초창기 대비 2배 이상으로 뛰어오른 배달비를 점주와 소비자, 플랫폼 업체가 나눠서 분담하고 있는 위태로운 구조가 된 것이다. 여기에 ‘월수입 1300만 원’으로 대표되는 극소수 라이더 사례와 더불어 보다 많은 배달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교통법규를 어기고 위험천만한 질주를 이어가는 일부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 여론까지 겹치며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는 ‘아무도 웃지 못하는 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난 여기서 나가겠어” 음식 배달서 눈 돌리는 업체들 = 갈수록 수렁에 빠지고 있는 배달 시장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업체들의 새 판 짜기 작업도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퀵커머스(근거리 즉시 배송) 서비스다. 기존에 배달하던 음식 대신 공산품만 담으면 곧바로 사업 분야를 넓힐 수 있어 배달 앱 3사가 이미 모두 뛰어들었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를 지난해 10여 개 더 늘려 현재 40여 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갈수록 적자 폭이 커지기만 하는 음식 배달 사업과는 달리 퀵커머스 사업 부문의 마진율이 좋아 내부적으로도 배달로봇 개발 사업과 함께 주력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이미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쿠팡 역시 쿠팡이츠를 통해 퀵커머스 분야에 발을 들였다. 새 주인을 찾은 요기요는 컨소시엄의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GS25의 전국 1만6000여 개 편의점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퀵커머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요기요의 고객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력,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유통채널 거점을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올 상반기 중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도 지속 가능한 사업모델을 찾기 위한 배달 서비스 플랫폼들의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딜리버리히어로는 중동 지역에서 배달 서비스와 금융을 결합한 새로운 사업모델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과 협력해 자영업자들에게 대출을 알선해 주방 확장 자금 등 운영비를 지원하거나 소비자가 배달비를 할부로 결제할 수 있게 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확장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아직 배달 서비스 경제가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한 플랫폼 업체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기사댓글
AD
count
AD
AD
AD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