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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예전부터 일단 시작은 하는데, 끝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가만히 있기 힘들고, 늘 생각이 가득하다 보니 꼼지락거리거나 의미 없는 게임이라도 계속해야 하고요. 정리정돈이 되지 않으니 항상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었어요.
저는 남들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지냈는데, 최근에 친구가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제 증상이랑 일치해서 신기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증상이 나타난다길래 부모님께 여쭤보니 원래 주의산만했고, 상담도 받아 ADHD라고 들었는데 저의 미래를 생각해 그냥 치료를 계속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화가 납니다. 제가 ADHD만 일찍 치료받았어도 훨씬 좋은 대학에 가고 더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어른이 된 후에라도 더 빨리 치료받았으면 인생이 달라졌을 텐데, 서른 살이 넘은 지금 후회가 많습니다.
A : 20년 전엔 잘 몰랐던 질환… 현재 잣대로 아쉬워 말아야
▶▶ 솔루션
원래 ADHD는 아이들의 질병이며, 어른이 되면 거의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과잉행동이 개선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성인이 돼서도 부주의, 산만함 등의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인ADHD의 역사는 짧습니다. 이에 대한 약물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6년 9월입니다. 겨우 5년이 넘었을 뿐입니다. 역사가 짧기에 언제까지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조차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전에는 성인ADHD에 대한 인식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다른 질환보다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치료받는 것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후회란 무엇입니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야 후회를 논할 수 있습니다. 성인ADHD에 대한 정보가 많아진 지금과 달리 당시엔 증상에 대해 스스로 알아보기 힘들었을 것이고 치료를 받기도 어려웠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도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인식은 그나마 좋아진 편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으면 그것이 낙인이 돼 취업이나 결혼이 어렵다는 소문이 도는데, 자녀가 치료받게 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시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현시대의 잣대로 20여 년 전의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과거의 아쉬움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성인ADHD의 약물치료는 현재 만 65세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습니다. 40대에 더 늦게 진단받는 분도 많은데, 지금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용기를 낸다면 앞으로의 삶의 질이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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