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수록 좋은 사돈?… 존중·사랑으로 더불어 사는 가까운 친척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돈 한용(오른쪽) 샤론교회 장로와 김재남 시인. 가운데는 손주 김지안 양.

■ 자랑합니다 - 사돈 한용 샤론교회 장로

우리 속담에 ‘사돈 남 말한다’는 말이 있다. 자기 허물은 덮고 남 허물을 탓하는 걸 비유한 말이다. 또 ‘사돈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도 있다. 이해하기 힘든 고약한 말이다.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양보와 미덕을 저버린 배타요, 이기주의가 깔려 있다.

행여 사돈과 가까우면 무슨 피해라도 본다는 것인가. 왜 사돈 관계를 부정의 대상으로 생각할까. 과연 사돈은 뒷간처럼 멀리 두고 살아야 할까.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필연적 관계인가. 이것은 분명 관점의 차이다. 그 관점의 시야를 존중과 이해 그리고 더불어 사는 동반자 관계로 바라본다면 그 자체로 가까운 친척이요, 향기로운 사돈 관계가 될 것이다.

자식이 혼기가 차면 짝을 만나 상견례를 한다. 그다음 양가 합의를 거쳐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이란 낳아 키워준 부모의 품을 떠나 새로운 생의 반려자를 만나는 일생 최대의 행사이다. 혼자가 아닌, 바야흐로 한 가정이 시작되는 생의 전환점이다. 그로부터 한 가정의 중심이 되는 새 생명이 탄생한다. 그 생명은 바로 손주다. 감동과 환희의 순간이다.

몰랐던 사람과 인연을 맺고 그로 인해 생명을 잉태해 은혜로운 손주를 얻는 이 과정, 여기에 사돈이란 존재가 없었다면 이 벅찬 감동이 어떻게 가능한 일이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 허전한 노후에 희망과 활력, 행복을 주는 손주, 바로 그 손주를 선물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 손주를 낳을 수 있도록 맺어진 짝은 또 누구로부터 받은 선물인가. 바로 사돈이란 존재가 있었기에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이 숭고한 사돈의 가치를 뒷간처럼 무시하고 살면 안 된다.

서울 강서구 발산동 샤론교회 장로님으로 계시는 사돈과 나는 화목하게 지낸다. 교인이 아닌 나는 식사를 그냥 하지만 사돈은 식전 기도를 꼭 하신다. 내가 건배의 술잔을 들면 사돈은 물잔을 드신다. 젊은 시절엔 밤의 제국을 호령하셨다는데 하나님을 영접하신 후 눈길조차 멀리하신다. 가끔 왕년의 실력을 강요해 보지만 꿈쩍도 안 하신다.

내가 잔을 비우기 무섭게 술을 따라 주시는 사돈은 나에게 전도를 자주 하신다. 사돈으로 인연을 맺은 지 10년째 변하지 않고 하신다. 내가 한 귀로 들어온 말씀을 반대쪽 귀로 폭포처럼 흘려보내는데도 계속하신다. 고문이다. 한번은 말씀이 너무 길어 억지로 하품을 했다. 그런데도 30분을 더 말씀하셔서 ‘오, 주여! 나 좀 살려 주소서!’ 하며 믿지도 않는 주 예수를 찾았다. 그러나 나는 사돈을 더없이 존경한다. 매사에 흐트러짐 없이 곧게 사시는 모습, 매주 교회에 나가시는 바른 신앙인의 자세는 배울 점이다.

우리는 차별과 눈치, 숨김이 없다. 지나친 배려와 격식의 거추장도 없다. 지나친 형식주의는 오히려 벽을 만들 뿐, 최소한의 예를 지키면 된다. 물론 가까운 친척이 아니었기에 그 벽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와 사랑으로 사돈이란 벽을 허문다면 결국 사돈 관계는 가을볕에 익어가는 한 알의 사과처럼 빨갛게 다가온다. 그 사과나무 아래에서 손주가 자란다.

얼마 전 바깥사돈이 생신이라고 연락이 왔다. 요즘 인원 제한으로 외식을 할 수 없어 아들 집에서 사돈 내외와 며느리·손주 대가족이 함께 마라탕을 먹었다. 처음 먹어 본 마라탕은 제법 내 입맛을 흔들었다.

모두 둘러앉아 식사하는 사랑의 눈빛 나눔은 물안개와 살짝 입맞춤 한 호수 같았다. 그 덕에 아들 내외는 한 차례 싸움 없이 잘살고 있다. 귀요미 아홉 살 손주는 발그레한 사과 빛 눈매로 양가 할머니·할아버지 가슴을 초롱초롱 후빈다.

우리는 하나밖에 없는 손주를 사이좋게 나누어 본다. 사돈은 월수금, 우리는 화목…,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죄로 하루를 더 보시는 사돈께 노인 일당 5만 원을 드리겠다 농담하며 서로 웃곤 한다.

왜 사돈은 멀어야 하는가. 만약 사돈 남 말하듯 하고, 뒷간처럼 멀었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화음은 없었을 것이다. 정작 사돈이란 존재는 자식들의 등불이요 행복이요 모범 답안이다. 윗물이 화목하면 아랫물도 화목하다. 자식의 행복, 그것은 사돈 간 따뜻한 손잡음에 있다.

시인 김재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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