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이발소 그림’이 어때서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혜리, Illusion01, 캔버스에 유화, 116.8×91㎝, 2020

어릴 때 환상적 설산(雪山)이나 물레방아 그림들에 매료돼 나의 그림 교과서로 삼곤 했다. 그런데 미술계 진학을 준비하면서 그런 부류의 그림이 ‘이발소 그림’으로 비하되고 있음을 알았다. 대학을 다니면서는 ‘키치’라 불러야 좀 유식한 티가 난다는 것도 알았다. 함께 해 싸구려가 된 푸시킨의 시는 무슨 죄인가.

요즘 많이 회자되는 MZ세대는 확실히 기성세대와 다른 취향을 보이는 것 같다. 자라면서 TV에서 여러 차례 방영된 ‘밥 로스’의 그림들에 익숙해서일까. 오산시립미술관에서 기획한 ‘MZ세대의… 경향들’전(展)에 참가한 김혜리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그는 그것들을 마치 민화처럼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과거 일상 속에서 많이 봤던 키치 이미지들이 당당하게 인용되고 있다. 키치 이미지가 명화나 성화 속 인물과 수평적으로 오버랩되고 있다. 대량 복제돼 진부해진 클리셰가 된 명화 이미지와 그것을 흉내 낸 그림의 차이는 무얼까. 우린 왜 그렇게 작은 ‘차이’에 대해 가혹하고 모질었던 것일까.

이재언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