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200원 안팎 지속… 달러 비중 점진적으로 줄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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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니어 재테크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200원 선까지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주식 투자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서학개미가 크게 증가하면서 달러에 대한 투자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원화는 통상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심이 확대될 때 달러 대비 약세 소재로 작용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환율 상승은 Fed의 조기 긴축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 선물시장에 반영된 올해 금리 인상 컨센서스는 3∼4차례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7차례의 가파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Fed의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낮아지기 전까지는 원·달러 환율은 높은 레벨을 이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투자전략 측면에서는 원·달러 1200원 이상에서 점진적인 달러 비중 축소가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판단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12년간 1050∼1200원 사이의 좁은 밴드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달러가치는 대내외적인 위기가 닥칠 때마다 상승해왔는데 이때마다 ‘1달러=1200원’은 실물경제 위기를 판가름하는 환율 경계선으로서 가장 강한 저항선 역할을 했다. 이 때문에 1200원을 넘어섰다는 것 자체가 확률상 고점에 가깝다는 평가다.

둘째, 현재의 경제상황을 종합해 볼 때 원화의 추가적인 절하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섰던 시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남유럽 재정위기, 2016년 중국경착륙 위기, 2019년 미·중 무역분쟁,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충격 등 총 다섯 번이다. 이상의 공통점은 급격한 경기불황 우려가 불거진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현재의 상황은 경제위기보다는 통화정책이 변하는 상황에서의 마찰적 조정에 가깝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이 예상하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4% 이상으로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Fed의 긴축 행보가 현실화된 이후에는 환율은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셋째, 달러로 투자 가능한 자산들의 매력이 크지 않다. 당분간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경우에는 예금·채권과 같은 확정금리형 상품을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 달러표시 채권 수익률은 동일 기간의 원화 채권에 비해 약 1%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기준금리가 아직 제로 수준인 것에 반해 한국 기준금리는 이미 1.25%까지 인상됐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 국가 간의 금리차는 줄어들겠지만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미국주식 외에 달러를 활용한 투자처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일정 수준의 달러보유는 꼭 필요하지만 이상을 종합해 볼 때 환율 추가 상승 시에는 달러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유진혁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