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등대…소박한 삶에 사회 봉사활동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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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랑합니다 - 허해동 전 김해시 체육회 사무국장

올해 여든여섯. 허해동(사진 왼쪽) 전 김해시 체육회 사무국장님은 1970년대 김해시 체육회에서 중책을 맡아 김해는 물론, 대한민국 체육 발전에 기여한 등대와 같은 존재이십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6·25전쟁을 거치며 폐허가 된 조국의 현실 앞에 우리가 일어설 기반은 근대화를 이루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기치 아래 경제를 발전시키는 길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성공을 거두고 스포츠에서 세계만방에 국위를 선양하는 영광의 바탕에는 30여 년간 체육계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국장님이 계셨습니다.

국장님은 천생 체육인이자 휴머니스트였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자세나 일을 처리하는 모습이 그러셨습니다. 유유자적해 보이고 어버이 같은 후덕한 표정 뒤에 형님 같은 온유함과 천진난만함을 감추고 계셨죠. 1970∼1980년대 곤궁하던 시절, 박봉을 쪼개 지방의 열악한 환경에 처한 선수들을 지원하고, 비좁은 자택에서 선수들을 합숙시키며 사모님과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등 뒷바라지하셨습니다. 기라성 같은 국가대표 선수를 길러내신 탁월함은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큰 별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습니다.

‘좋은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좋은 술의 향기는 천 리를 간다지만, 좋은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말이 있듯이 좋은 사람의 향기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의 향기는 다른 사람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장님께서는 30대인 그때나 80대 후반이신 지금이나 단정하고 올곧으시며 한 번도 화를 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언제나 웃음이 해맑으신 분입니다. 어쩌면 운동과는 어울리지(?) 않는 선비셨습니다.

언젠가 국장님 댁을 찾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지은 지 30년 된 서민 아파트였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침 점심때라 국장님께서 “우리 가족이 항시 먹는 점심이니 맛없더라도 함께하자”며 사모님께 점심상을 내오게 하셨습니다. 자그만 밥상 위에 오른 것은 말갛게 비치는 국물에 띄운 국수와 김치 한 보시기가 전부였습니다. 그 소박한 국수 한 사발이 노부부의 맑고 곧은 일생을 고스란히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국가의 공로훈장 수여 제의에 ‘그냥 평범한 체육인의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끝내 고사한, 고매하고 강직한 성품을 가지고 계시기도 합니다. 현역에서 물러난 후엔, 그 연세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흐트러짐 없이 꼿꼿한 노익장의 패기로 사회를 밝히는 시민운동과 사회의 어두운 곳을 보듬는 봉사활동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열정적인 사회운동가가 되셨습니다. 진심으로 찬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가까이서 본 국장님의 모습은 평소 제가 들은 평판과 똑같았습니다. 국장님이 쓰는 표현이나 어법, 자세와 행동에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국장님만의 향기가 났다는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장님은 따스하고 유머가 많으신데, 그것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지금도 국장님을 아는 절대다수가 국장님을 존경하고 국장님의 곁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국장님,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향도 역할과 등불이 돼 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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