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석 기자의 북레터>관심·취향을 ‘일’로 삼은 2000년대생의 ‘행복찾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1992년생 프리랜서 저술가의 인터뷰집 ‘기다리기에는 내일이 너무 가까워서’(동녘)를 펼쳤다 이 문장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책은 패션 디자이너, 콘텐츠 크리에이터, 기후 활동가, 목조주택 빌더 등 취향과 관심을 ‘일’로 만든 청년들을 만난 기록입니다. 이들은 모두 10대 후반이거나 스물을 갓 넘긴 ‘2000년대생’이라는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입시’와 ‘취업’의 정해진 루트를 벗어난 이들에게 일이란 ‘생계를 유지하는 노동’보다 ‘삶을 이루는 정체성’에 가깝습니다. 기후 활동가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변화가 쉽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말하고, 장애인 유튜버는 “‘절절한 스토리가 없는’ 평범한 장애인이 등장하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힙니다. 제목처럼 ‘어른이 되길 기다리기엔 내일이 너무 가까웠던’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저자는 정답이 아닌 나만의 답을 찾는 길을 고민합니다.

꿈을 키워가는 청년들이지만 “좋은 일을 한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라는 또렷한 현실감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거운 공구를 들고 목조주택을 짓는 한 여학생은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는 “좋아하는 마음은 ‘유통기한’이 있다”며 “할수록 더 잘하게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계속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묻습니다. 가슴 떨리는 일을 꾸준히 하려면 우선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잘하는 일에 집중하시나요. 하루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참 복잡한 의미를 지닙니다. 보람을 안겨주지만 때로는 도망치고 싶을 만큼 지치게 하니까요.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업무로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회사의 부속품처럼 여겨질 때도 있을 겁니다. 그때마다 이 꿈 많고 당당한 청년들처럼 일을 처음 선택했던 ‘마음’을 떠올렸으면 합니다. 수많은 것 중에 이 일을 고른 건 어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일 테니까요. 그 초심을 되새기며 싫증이 났다면 다시 사랑을 되찾고, 여전히 좋아한다면 더 잘할 수 있도록 실력을 닦으면 어떨까요. 책 속 어느 학생의 말처럼 “사랑하는 일은 스스로를 더욱 사랑하게” 만드니까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행위만큼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도 없으니까요.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