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그린 스웨덴 작가 에릭슨 “물과 절벽 또는 흙과 모래의 만남”

  • 문화일보
  • 입력 2022-02-1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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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스 에릭슨의 ‘해안선 #1’, 280×300㎝. 학고재 제공


학고재서 ‘해안선’ 58점 선보여

“시작점은 비무장지대(DMZ)였다. 이는 예술과 회화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다. 소유권이 없으며, 스스로 자라나는 영토로서다. 얼마 후 DMZ가 내게는 너무나 정치적인 매개임을 깨달았다. 회화가 주제에 가려질까 염려스러웠던 것이다. 여러 검색 끝에 내 생각은 한국 해안에 닿았다. 특히 동해에 말이다.”

스웨덴 작가 안드레아스 에릭슨(48)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여는 개인전에 붙인 ‘작가의 글’이다. 그는 서울 소격동 갤러리 학고재에서 ‘해안선(Shoreline)’이란 제목으로 회화 58점을 선보인다. 역시 학고재에서 지난 2019년 아시아 첫 전시를 하며 3년 후 또 열자고 약속했던 것을 지켰다.

스웨덴 시네쿨레 산속에 살며 작업하는 그는 2011년 베네치아비엔날레 북유럽관 대표 작가로 선정돼 주목받았다. 전 세계에 그의 그림 마니아들이 있어서 한국에서 전시해도 미국 수집가가 구입 문의를 해 올 정도라는 게 학고재 측 귀띔이다.

지난 전시는 회화, 판화, 조각,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했는데, 이번엔 회화 작품만 집중적으로 펼쳤다. 종이에 그린 드로잉이 44점, 캔버스 회화가 14점이다. 국판 책 크기의 소품들이 주류를 이루지만, 갤러리 문보다 크기 때문에 캔버스 틀에서 원화를 떼어 들여온 후 다시 붙인 대형작품들도 있다. 그래서 한 주제로 이어지는 그림들이 다채로운 느낌을 준다.

작가는 작업실에서 보낸 영상 편지를 통해 “팬데믹으로 인한 격리 중 종이 드로잉을 제작했는데, 거듭할수록 화면이 해안선의 모습을 닮아가기 시작했다”며 “물과 절벽, 또는 흙과 모래의 만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캔버스 작품들은 부감으로 내려다본 지도의 등고선을 떠올리게 한다. 바다를 연상시키는 푸른 빛과 함께 다채로운 색채가 어우러지면서 보는 이를 매혹시킨다. 작가는 구글 맵을 통해 한국 해안을 만났다는데, 구상 풍경을 추상화한 것이 독특한 아우라를 선사한다.

그의 작품들은 물과 땅을 가르는 해안선이 또한 그것들을 만나게 하는 곳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해석을 더 확장하면, 한국의 동해안은 남과 북, 땅과 바다, 자연과 문명이 만나는 중립지대라는 걸 보여준다.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작가는 회화 속에서도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과 평화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전시는 다음 달 20일까지.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장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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