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절실한 건 추경 아닌 ‘영업의 자유’다

  • 문화일보
  • 입력 2022-02-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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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고무신·막걸리 선거를 경험 삼아 ‘현금 박치기’에 재미가 붙은 정치권이 대선을 맞아 추경을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은 삼인 삼색이다. 정부와 여야 모두 생각이 달라 국회 심의가 길어지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국회의 요구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니 정부가 이를 수용하는 것 자체가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정부 추경안 14조 원도 모자라 여당은 35조 원 편성을 요구한다. 오미크론의 효력이 독감 수준으로 약화하고 있는데, 당선되면 50조 원 이상을 ‘국가 안전보장’이나 ‘공공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발동되는 ‘긴급재정명령’으로 더 지원하겠다고 한다. 여당 후보가 당선 안 되면 국물도 없다는 식이다. 이 재난지원금이 선거 때면 돌리던 고무신이나 막걸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지속적인 추경에도 빈곤층이 다른 소득계층보다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에 소득 5분위 가운데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는 2, 3, 4분위보다 훨씬 큰 3.2% 줄어들었다. 특히, 3분위의 근로소득은 6.5%로 대폭 증가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제공한 공적 이전의 증가율은 23.1%로 2분위 37%, 3분위 29.5%, 4분위 48.2%보다 크게 낮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이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부채질했는데, 코로나 지원금으로 더 심해졌다. 취약계층 보호 명분의 정부지원금마저도 빈곤층을 피해 간 것이다. 이번 추경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국민에게 너무 가혹하다. 무리한 추경 논의가 채권금리를 자극해 시중은행들의 고정금리까지 지난해 말 4.98%에서 최근 5.78%로 급등했다. 가계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이 그만큼 불어나고 있다. 추경이 확정되면, 통화 당국의 긴축정책이 엇박자를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공산도 크다. 게다가 중증도가 낮아지는 오미크론에도 불구하고 비합리적인 격리를 계속해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선거용 격리로 생각한다. 계속되는 격리에 따른 부작용은 산업 구조조정 지연과 함께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방역을 적극적으로 풀어 코로나에 대응해야 한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은 방역을 해제하고 있고, 스웨덴은 진단검사까지 중단하고 있다. 이제는 방역을 풀고 국민이 스스로 위험관리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지속 가능한 코로나 대응 방향이다.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방역 해제’다. 방역은 사실상 자영업자들의 영업을 방해하고 재난지원금을 많이 준다 해도 손님들은 발길을 돌린다. 그래서 손실을 아무리 많이 보장한다 해도 반갑지 않다. 물론 이미 버틸 수 없이 파산에 이른 자영업자들에겐 회생에 필요한 지원금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영업 유지가 가능한 자영업자들은 지원금보다 방역 해제로 밤새 손님을 받고 싶을 것이다. 방역으로 늘어난 빚도 갚고 밝은 얼굴로 다시 단골손님을 받길 원할 것이다.

때마다 방역으로 국민의 생활을 억제하고, 이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상하는 것은 국민을 보조금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반복하는 것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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