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오사카 동양도자미술관 소장 ‘청자조각 동녀형 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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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이제 대중문화를 넘어 ‘K-헤리티지(K-Heritage)’, 즉 전통문화로도 향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매주 월요일 해외에 나가 있거나 환수된 우리 문화재를 소개한다. 연재는 월별 주제에 따라 이뤄지며, 2월 주제는 ‘고려청자’이다.

2006년 11월 충남 보령시 원산도 인근 해역에서 고려 시대 청자들이 인양됐다. 아마도 전남 강진에서 제작돼 고려의 수도 개경으로 운송되던 것들인데, 대접·접시·잔·향로·매병·주전자 등 다양한 생활용품 가운데 남자아이(童子形) 모양 연적(硯滴)이 있었다. 파편이었지만 한눈에 일본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大阪市立東洋陶磁美術館) 소장 ‘청자조각 동녀형 연적’〔靑磁彫刻童女形硯滴·사진·고려, 12세기, 11.2×6.0㎝, 스미토모(住友)그룹 기증·아타카(安宅) 컬렉션, 니시카와 시게루(西川茂) 촬영〕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청자조각 동녀형 연적’은 본래 아타카산업 회장이던 아타카 에이이치(安宅英―·1901∼1994)의 수집품으로 훗날 기업이 도산하게 되면서 채권관리 주체였던 스미토모그룹에 의해 오사카시에 기증된 한국 도자기 793점 중 하나다.

아이는 귀여운 얼굴에 눈동자를 철분 안료로 찍어 검게 표시했으며, 옷과 병 전체에 가는 선으로 섬세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두 손으로 물병을 받쳐 들고 구부려 앉은 모습이다. 머리 위에 얹은 연봉(蓮峰) 모양 마개를 열어 물을 채우면 아이가 들고 있는 병 끝으로 물을 따르도록 설계된 상형(象形) 청자다.

일찍이 고려 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석창포(石菖蒲), 녹자연적자(綠甆硯滴子), 벼루함 등 책상 위에 두고 애호했던 세 가지를 노래했다. 그중 연적에 대해서는 고운 옥으로 만든 듯한 살결에 무릎 꿇어 공손한 모습에 또렷한 눈과 눈썹을 가진 어린아이가, 종일 시를 쓰는 자신의 곁에서 지친 내색하지 않고 물병 들어 벼룻물을 부어 준다고 묘사했다. 시(詩)로 이름났던 문인의 필수품 문방구(文房具),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연적에 대한 고마움이 애완(愛玩)으로 표현된 것이다. ‘청자조각 동녀형 연적’의 사랑스러운 모습에 더더욱 이규보에게 공감하게 된다.

장남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