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지키다 몸 다친 할아버지는 영웅… 낫게 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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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서울시교육감상 곽라윤

To. 나의 왕 할아버지께

증조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저 라윤이에요. 할아버지 댁에서 식구들과 둘러앉아 참외와 수박, 복숭아 등 과일을 먹던 생각이 종종 나요. 할아버지 그거 기억하세요? 어느 날 집 벽에 걸려 있던 훈장을 보고 “이거 뭐예요?”라고 여쭸을 때, “6·25전쟁을 했던 군인들이 받는 거란다”라고 말씀해주셨죠. 저는 그때 6·25전쟁을 처음 알게 됐어요. 전쟁? 총싸움? 그때는 장난감 총에 관심이 많아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재미 삼아 이것저것 여쭤봤어요. 그때 상상도 못 할 이야기를 들게 됐어요.

할아버지께서 열아홉 살 때 삼 형제가 모두 전쟁에 나가게 됐다고 하셨죠. 당시 각자 다른 곳에 흩어져 서로를 걱정했던 일, 전쟁터에서 마실 물이 없어 깜깜한 새벽에 샘물을 찾아 겨우 마셨는데, 다음 날 보니 주변에 시체가 있었고 핏물이었던 일, 다리에 총을 맞아 마취제 없이 수술하고 진통제가 없어 정신력으로 견디셨던 일 등을 듣게 됐어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제가 “거짓말이죠? 사실이 아니죠? 다친 다리 보여주세요”라고 하자, 할아버지께서 거짓부렁이 아니라며 총알이 지나간 흔적이 남겨진 다리를 보여주셨던 일이 생각나요.

저라면 어땠을까요? 제겐 정말 무섭고 상상도 못 할 일이라 할아버지께서 진짜 멋있는 영웅으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얼마 전 할아버지 댁에 갔었을 때 혼자서 일어나지 못하시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시고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저희가 가면 꼭 안아주시던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거든요.

엄마께 할아버지께서 왜 그러시는지 여쭤봤더니 예전처럼 건강하지는 못하실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할아버지께서 애써 일어나셔서 저희를 반겨주셨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께서 많이 우셨어요. 엄마는 할아버지를 만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했어요. 우리 식구들은 모두 슬픔에 빠졌어요. 마법이 있다면 할아버지를 낫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어요.

왕 할아버지! 늦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저희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할아버지 덕분에 우리나라가 지켜졌고 제가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증조할아버지는 진정한 대한민국 최고 영웅이세요. 왕 할아버지 사랑해요. 잊지 못할 거예요.

라윤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