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동참 결정못하고… 또 눈치보는 韓

정부 “평화적 해결” 원론 강조
동참 나선 日·대만 등과 대조

미국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유럽연합(EU)과 영국, 독일 일본 등도 독자 제재에 나선 데 반해 우리 정부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아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러시아가 북핵 해결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정부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행위에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린폴리시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싱가포르, 일본, 대만으로부터 대러 수출 통제 계획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동참을 지지한 국가들이 러시아에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등 첨단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역시 미국으로부터 조만간 동참 요청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외교부는 전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법과 민스크협정 등을 존중하면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만 밝힌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이를 놓고 대러 수출 비중이 작지 않은 국내 대기업 입장 등을 고려해 정부가 섣불리 미국의 제재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지만, 미국의 동맹으로서는 소극적인 대응이란 비판 역시 상당한 상황이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서 특정 입장을 밝히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역지사지로 우리나라가 침공을 당했을 때 다른 국가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줄 것을 기대하게 될지 생각해 본다면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