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PCR 검사비 아끼려… 병원서 진료없이 ‘진단서’ 끊기 꼼수

“병원 요청하면 1분만에 OK”
“발급비 2만5000원” 공유 글
양성 진단키트 구하기 편법도

“PCR(유전자 증폭)검사용 진단서 1분이면 발급해 드립니다.”

코로나19 진단검사 체계가 전환되면서 동네 병원에서 받는 PCR 검사 비용이 10만 원까지 들자 비용 절감을 위한 각종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무료 PCR 검사를 위해 진단서 발급이 쉬운 병원을 찾고, 양성 자가진단키트를 빌려 쓰는 방법이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지난 23일 직장인 김모(27) 씨는 ‘PCR 검사용 진단서 프리패스 병원’으로 입소문 난 서초구의 A 병원을 찾았다. 김 씨는 “아무런 증상은 없었지만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진찰 없이 바로 진단서를 끊어 줬다”며 “진단서 비용 2만5000원을 내 결과적으로 검사비를 7만 원 정도 아꼈다”고 말했다. 진단서 ‘프리패스 발급’ 병원으로 알려진 또 다른 병원은 “목이 아프다고만 얘기하면 진단서는 금방 발급해 줄 수 있다”며 “1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안내했다. SNS상에서는 “자가진단키트 몇 개 사는 돈으로 병원에서 진단서 끊어서 PCR 검사 무료로 받으세요” “가족 중에 위중증 확진자가 있다고 하면 PCR 검사비 9만 원 아낄 수 있다” 등의 글이 공유되고 있다.

PCR 검사를 무료로 받기 위해 양성이 나온 자가진단키트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강모(42) 씨는 “가족 중 양성 자가진단키트가 있어 보건소에 가져가 무료 PCR 검사를 받았다”며 “예전 같았으면 보건소에서 밀접접촉자라는 안내를 받아 우선 검사 대상이 됐을 텐데, 이제는 동선추적도 안 되니 셀프로 PCR 검사 대상임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선별 진료소나 병·의원 등에서는 양성이 검출된 자가진단키트를 자율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편법 행위를 일일이 잡아내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네티즌들은 콜라를 이용해 자가진단키트 양성 만드는 법 등 각종 편법을 공유하고 있다. 지인의 양성 키트로 무료 PCR 검사를 받았다는 한 남성은 “자가진단키트가 내 것인지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치료체계 붕괴로 생존 게임에 놓인 시민 개개인의 경제·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며 “자율과 책임이라는 미명하에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