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마지막 금통위 주재… 4월부터 ‘대행체제’될듯

임기 8년… 역대 최장수 기록
국내 첫 ‘BIS이사회 이사’ 선출
물가·가계대출, 후임에 과제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임기 중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의사봉을 내려놨다. 2014년 4월 임기를 시작한 이후 1차례 연임을 거쳐 3월 말 8년 만에 한은 총재 옷을 벗게 된다. 한은 총재로는 처음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이사회 이사에 선임되는 등 다양한 ‘공과’(功過)를 갖고 있다. 역대 최장수 총재, 두 정권(박근혜~문재인 정부)에 걸쳐 임기를 보낸 최초의 총재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2018년 이 총재는 전 세계 60개국 중앙은행을 회원사로 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리는 BIS 이사회에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이사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은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인 성과였다.

미국 금융 전문 매체인 ‘글로벌 파이낸스’는 매년 발표하는 중앙은행 총재 평가에서 이 총재에게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A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인 JP모건도 이 총재를 ‘합의(컨센서스)에 중점을 둔 정책결정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공(功)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은의 최대 책무인 물가는 이 총재 취임 당시인 2014년 4월 1.5%(전년 동월대비)에서 지난 1월 3.6%로 급등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 회복을 위한 세계적인 양적 완화 정책 영향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물가를 책임져야 하는 한은 총재로서는 뼈아픈 실적이다. 심각해진 금융 불균형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마무리는 후임에 넘겨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 원으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총재 후임이 누가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승헌 현 부총재와 윤면식 전 부총재,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신현송 BIS 조사국장 등이 회자되고 있지만 유력인사는 없다.

청와대가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곧 청와대를 떠나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인사청문회 등 물리적 시간을 감안할 때 4월 금통위는 규정에 따라 4~5월 반장 금통위원인 주상영 의원이 의장대행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높은 물가 상승률에 비춰 4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어 자칫 총재 부재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