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하늘과 땅 향한 찬가 작곡…‘러시아 음악의 아버지’

■ 이 남자의 클래식 - 미하일 글린카

아마추어서 전업 음악가 변신
첫 오페라 ‘이반 수사닌’ 작곡
황제 니콜라이 1세 격찬 받아

두번째 오페라 ‘루슬란과…’
러시아 음악사상 첫 해외 연주

19세기 초만 하더라도 러시아엔 이렇다 할 만한 작곡가가 없었다. 음악은 그저 오락거리일 뿐 별로 고귀하지 못한 것이라 여기며 경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아마추어 러시아 작곡가에 의해 ‘민족주의’ ‘국민주의’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민족적 선율이나 리듬의 차용이 아니었다. 이웃과 일상에 대한 애정이었고 조국의 하늘과 땅을 향한 자긍심으로 가득 찬 찬가였다. 이 굳건한 뿌리는 ‘러시아 5인조’와 ‘차이콥스키’라는 열매를 맺게 했고 핀란드와 체코를 비롯해 전 유럽으로 뻗어 나갔다. 바로 ‘국민주의 음악의 아버지’이자 ‘러시아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하일 글린카(1804∼1857)에 의해서 말이다.

글린카는 러시아 스몰렌스크주 노보스파스코예에서 귀족이자 대지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3세가 되던 1817년, 그는 여느 귀족처럼 상류층 자제들을 위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기숙학교에 입학한다. 그는 그곳에서 공부하며 ‘녹턴(야상곡)’의 창시자로 유명한 존 필드를 찾아가 개인적으로 피아노 레슨을 받는다. 20세가 되던 1824년, 음악에 뜻을 두지 않았던 글린카는 철도성의 관리로 취업한다. 철도성의 일은 단조로웠고 그 덕분에 그는 많은 시간을 피아노를 치거나 작곡하는 데 할애하며 딜레탕트(Dilettante·비직업적 예술애호가) 음악가로 살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점점 더 커져 갔고 결국 1828년, 그는 공직을 내려놓고 전업 음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26세가 되던 1830년, 건강이 온전치 않았던 글린카는 휴양 차 서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휴양 여행은 3년간이나 이어졌는데, 이 시기는 휴양이라기보다 음악공부와 경험,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밀라노 음악원에서 프란체스코 바질리에게 작곡을 배웠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벨리니, 도니체티, 베를리오즈 같은 저명한 음악가들을 만나며 많은 음악적 영감을 받게 된다.

1835년 러시아에 귀국한 글린카는 결심대로 애국적 스토리의 오페라 ‘이반 수사닌’ 작곡에 착수한다.

이 오페라는 17세기 러시아의 농민 이반 수사닌이 침략해온 폴란드인들을 물리치고 황제를 위해 희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러시아의 이야기를, 러시아어로 노래하는 첫 오페라였던 것이다. 초연을 위한 리허설에 참관한 황제 니콜라이 1세는 매우 감격해 ‘황제께 바친 목숨’이란 제목을 하사했다. 오페라는 대성공을 거두어 글린카는 ‘국민 작곡가’의 지위를 획득하고, 1837년 임피리얼 채플 성가대의 악장으로 초빙된다.

1842년 그는 푸시킨의 서사시를 소재로 한 자신의 두 번째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완성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1844년엔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자신의 작품 발표회를 갖는다. 당시 대작곡가 베를리오즈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관객들은 환호했다. 이는 러시아의 음악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기념비적인 것이었다. 1850년대에 들어서는 작곡보다는 고대 교회 선법의 연구와 자신의 회고록 집필에 몰두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글린카의 작품 중 가장 아름답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총 5막 8장의 이 작품은 자주 공연되지 않고 있지만, 화려하고 힘찬 오페라 서곡만큼은 오케스트라 콘서트의 단골 레퍼토리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음악”이라는 평의 작품으로 빠른 템포와 러시아의 민족적 색채가 진하게 녹아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