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로보테크는 선두권… 곧 뭐가 로봇인지 모를 정도로 일상에 파고들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지난달 25일 대전 유성구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에서 자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곽성호 기자

■ 현안 인터뷰 - 이족보행 ‘휴보’ 아버지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

움직일 수 있고 자율성 갖추면
‘지능형 로봇’으로 분류 가능
‘로봇 청소기’까지 포함시키면
‘1가구 1로봇’ 시대라고 봐야

궁극적 형태인 ‘인간형 로봇’
효용성 고려땐 실용화 시기상조

韓, 규제 심해 산업발전 저해
규제부분 ‘네거티브 룰’ 적용을

대전 = 장병철 기자

영국의 로봇 기업인 엔지니어드 아트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메카’를 공개해 큰 주목을 받았다.

기자가 CES 현장에서 직접 만나 본 아메카는 인간의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의 자유로운 질문에도 비교적 침착하게 답변해 인간과 매우 흡사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특히 CES를 기점으로 각국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 먹거리로 ‘로봇 산업’을 점찍으면서 국내에서도 로봇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세계적인 로봇공학자이자 한국 최초의 이족 보행 인간형 로봇인 ‘휴보’를 탄생시킨 ‘휴보 아버지’ 오준호(68)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력에 대해 “1등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두그룹에 포함돼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 교수는 로봇이 바꿔 갈 우리 미래와 관련해서는 “1가구 1로봇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로봇에 둘러싸여 어느 것이 로봇인지 인지하지 못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상생활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는 로봇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를 지난달 25일 대전 유성구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에서 진행한 오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봤다.

―로봇의 종류가 다양한데 어떻게 나눌 수 있나.

“로봇은 크게 산업용 로봇과 지능형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로봇이 처음 발명된 것이 1960년대인데 당시에는 특히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자동화가 도입되면서 로봇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대표적으로 공장에서 한쪽 팔로 용접하는 기계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초기 산업용 로봇은 공장 상황에 맞게 설계돼 인간 친화적이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일본 혼다가 세계 최초의 인간형 로봇인 ‘아시모’를 공개하면서 로봇에 대한 기대치나 정의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능형 로봇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가 가능한데 우리가 요즘 말하는 지능형 로봇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갖는다. 첫째, 로봇이니까 당연히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주변 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스스로 알아서 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지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다른 말로 자율성이다. 즉, 움직임인 ‘모빌리티’와 지능인 ‘자율성’이 결합하면 지능형 로봇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봇청소기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판단(자율성)할 뿐만 아니라 청소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움직인다(모빌리티).”

―모빌리티와 자율성을 지능형 로봇의 대표 요인으로 본다면 자율주행차도 광의의 범주에서 로봇이라고 정의할 수 있나.

“로봇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도 로봇으로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사람을 닮은 로봇이 사람 대신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텐데, 현재 개발 방향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좀 전에 말한 로봇의 본질적 기능인 모빌리티와 자율성을 차에 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핸들을 움직이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수 있는 모빌리티 기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장애물과 길을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모빌리티와 자율성을 차에 내재화한 것을 로봇화된 차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의 개념을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통적인 로봇은 움직임밖에 없는 장치였다. 그 로봇을 작동하기 위해 사람이 프로그램을 짜거나 명령어를 입력했는데, 최근의 지능형 로봇은 명령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우리가 자율성이라 한다. 그 기술이 바로 AI다. 쉽게 설명하면 AI 기술을 통해 로봇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율성이 행동으로 옮겨지는 구조다.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단순히 알려 주기만 하면 AI에 그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행동에 나서면 로봇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로봇 산업은 어떤 흐름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나.

“크게 4가지 섹터가 있다. 먼저 산업계, 즉 공장을 중심으로 로봇이 똑똑해진 덕에 공장 자동화가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 시장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더럽고 위험한 일을 더는 안 하려고 해 노동의 대체 방향으로 로봇 산업이 발전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형 로봇이다. 대표적으로 길 안내 로봇이나 AI 스피커와 같이 집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로봇들이 이에 속한다. 사회형 로봇의 특징은 스스로 사회에 들어가 상호작용을 통해 생존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특수용 로봇 분야다. 군사용·의료용·교육용 로봇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분야는 지금 당장 수요가 많아서 빠르게 산업이 발전해 가고 있다.”

―머지않은 시점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데.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것은 로봇의 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로봇청소기를 로봇으로 본다면 우리는 이미 1가구 1로봇 시대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로봇청소기를 그냥 청소기로 분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1가구 1로봇 시대는 인간형 로봇이 가구마다 생길 때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CES 행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것처럼, 언젠가는 사람들이 스폿(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을 데리고 다닐 것’이라고 예상한 시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사회적 합의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1가구 1로봇 시대’의 정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지금 컴퓨터의 개념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 등으로 폭넓게 확장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로봇 기능이 들어가 있는 장치들이 우리 일상 곳곳으로 파고들 것이라 생각한다. ‘나 로봇 하나 있는데’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로봇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현실적인 미래 모습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로봇의 개념은 인간형 로봇인 경우가 많은데 인간과 비슷한, 아니면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은 언제쯤 만나 볼 수 있을까.

“인간형 로봇은 다목적 로봇으로 로봇의 궁극적인 형태다.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로봇은 대부분 빨래나 청소, 길 안내 등 특정 목적을 위한 로봇이다. 사람처럼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건 인간형 로봇밖에 없는데, 사실 이 분야는 최종 지향점 혹은 참고 자료지 구현하기가 너무 어려워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 인간형 로봇은 기술이 너무 집약적이고 구현이 쉽지 않은 만큼 기존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장치로서 가치가 있지만, 실용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로봇 개발도 비용과 효용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그런 측면에서 인간형 로봇은 당분간은 판타지적인 요소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수단 등으로 활용될 것이라 본다.”

―먼 미래에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불가능하다고 본다.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자아가 있어야 한다. ‘내가 인간을 지배해야지’라는 자아가 있어야 하지만 로봇에는 기본적으로 자아라는 게 없다. 예를 들면 구글이 개발한 AI인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데 사실 그건 바둑을 두는 게 아니다. 알파고는 바둑을 둔다는 의식 없이 단순히 계산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있다고 착각한다. 다만 로봇 운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건·사고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발생하는 사고지 로봇이 조직적으로 인간을 지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로봇 기술력은 현재 어느 정도 와 있나.

“실력은 대체로 현재 가지고 있는 자질과 투입되는 예산 및 시간, 나라의 사이즈(인구 수) 등에 거의 비례한다. 미국은 현재 가진 경험이 많고 실력이 좋은 데다 사이즈도 큰 만큼 가장 앞서가고 있다. 우리는 역사도 짧고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따라가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도 로봇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트랙에는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선두그룹 내에서도 앞뒤 차이는 있겠지만 흐름은 따라가고 있다.”

―로봇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정부가 어떤 부분을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가.

“우리나라는 참 재미있는 것이 드론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드론 산업 촉진법을 만들면 오히려 드론을 날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드론 촉진법이 아니라 드론 규제법이 되는 셈이다.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해 아무것도 못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풀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 걸 잘하는 것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다. 우리도 따라만 갈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선도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규제 부분은 특히 ‘네거티브 룰’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