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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2년 03월 02일(水)
‘환청·과대망상’ 조현병, 새 원인 유전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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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김유종 기자
■ 성균관대 안지인 교수팀, Ebp1 돌연변이 기능 규명

소뇌 위축 나타나는 정신 질환
환자에 Ebp1변이 발견에 착안

Ebp1 결핍 실험용 쥐 생산한뒤
돌연변이 주입 결과 조현병 확인

“소뇌기능장애와의 연관성 제시
치료법 찾는 데 기초자료 될 듯”


정신병의 원인을 유전자 차원에서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을 ‘분자 정신의학’이라고 한다. 의료계는 정신병을 어릴 때 큰 충격을 받거나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경험해 발생하는 일종의 심리적 외상(外傷)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뇌세포와 신경전달물질 등 생물학·화학적 원인에서도 병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더 깊게 들어가 세포의 유전자 이상까지 분석하는 분자 크기의 마이크로·나노 의학으로 진보했다. 그 결과, 우울증·자폐증 등 정신병은 살면서 생기는 후천적 원인 외에도 부모에게 물려받는 유전적 원인도 상당 부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서 정신병을 유전자 결함으로 규명해보려는 최신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진이 이런 분자 정신의학 기법을 활용해 조현병의 원인 유전자를 새롭게 찾아냈다. 그동안 대뇌 연구에 치우쳤던 연구에서 탈피해 소뇌 위축이란 대표 증상으로 나타나는 조현병의 새로운 발병 경과와 치료법을 밝혀내는 데 귀중한 기초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2일 성균관대 의과대학 안지인 교수 연구팀이 조현병 환자에게서 소뇌의 크기가 감소하는 현상의 새로운 원인 유전자로 ‘Ebp1’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 2월 15일 온라인판에 표지 논문으로 게재 및 선정됐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던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1%에서 발현될 정도로 흔하지만 발병 원인과 치료법이 아직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정복 영역이다. 환자들은 정상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환청·환시 등 증상을 나타내며, 이로 인해 반복적 행동이나 피해망상·과대망상의 흥분 상태를 보이는 일이 많다. 조현병 환자의 가장 큰 특징은 대뇌의 뒤쪽에 붙어 있는 소뇌의 크기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소뇌는 신체의 균형 감각과 운동을 조절하는 기능 외에 언어·주의력 등 인지 및 공포·쾌락 등 감정과 연동하는 새 기능이 최근 드러난 바 있다. 조현병 환자의 자기공명영상분석장치(MRI) 검사결과 소뇌가 위축돼 있으며, 퍼킨지 세포의 수가 감소돼 있다는 보고가 공통적으로 나왔다. 퍼킨지 세포란 소뇌의 바깥층인 소뇌 피질에서 가바(GABA·억제성 신경전달물질)를 방출하는 유일한 신경세포를 말한다.

안 교수 연구팀은 ‘Ebp1’ 돌연변이가 조현병 환자에게서 발견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Ebp1 유전자가 없는 뇌 특이적 결손 실험용 쥐(마우스)를 맞춤형으로 태어나게 했다. Ebp1 돌연변이란 8번 아미노산과 183번 아미노산에서 단백질 전사가 종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신경세포에서 Ebp1을 제거하면 마우스의 소뇌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못했다. 실험에서 소뇌 발달이 끝나는 생후 21일 마우스와 생후 6개월 마우스에서 소뇌의 크기가 20% 감소했음을 확인했다. 이뿐 아니라 소뇌의 주요 신경세포인 퍼킨지 세포가 50%나 줄어들고 시냅스 붕괴 및 운동성 저하를 동반하면서 결국 조현병 증상까지 나타냄을 발견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Ebp1을 소뇌 및 퍼킨지 세포 발달 시기에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인자 중 하나로 규정했다. 특정 신경세포의 발달 시기에 맞춰 특수한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해 소뇌의 정상적 발달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소뇌 발달 시기에 맞춰 Ebp1 결핍 마우스 자궁 내 배아의 소뇌에 Ebp1 야생형과 조현병 환자 유래 돌연변이형 유전자를 각각 주입한 뒤 태어난 마우스의 조현병 증상과 운동성을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Ebp1 야생형 유전자 주입 마우스는 병적 증상과 운동성이 개선된 반면, 돌연변이 유전자를 주입한 마우스는 여전히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는 사실을 확인했다. 안 교수는 “발병원인을 종전 연구와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Ebp1의 돌연변이가 조현병 및 소뇌의 기능 장애에 중요한 연관이 있음을 제시한 데 의의가 있다”면서 “새로운 치료방안을 찾는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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