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저장·이동 위한 ‘브레인 칩 이식’… 허용 앞서 인간 존엄성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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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진의 브레인 스토리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의 많은 가족이 상상치도 못했던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이별은 그 어떤 이별보다 애절한, 인생에서의 가장 슬픈 경험일 것이다. 보내는 입장에서 떠나는 이가 가족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인생의 기나긴 소풍을 끝내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으면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마지막 순간 뇌는 어떻게 작동을 할까에 대한 연구가 지난달 22일 ‘노후 신경과학 최전선(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 잡지에 실렸다. 우연히 뇌전증(간질)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는 중에 환자가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는 순간, 총 900초 동안의 뇌파 가운데 심장박동이 멈춘 전후 30초 동안 기록을 확인해보니 감마 뇌파를 비롯해 알파, 베타, 델타 등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변화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릴 때와 같이 상대적으로 감마파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망 장면에서 심장이 멈춘 후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묘사가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 쥐 실험을 통해 심장이 멎은 후 30초 동안 감마파가 관찰된 바가 있어 더욱 흥미를 갖게 된다.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우리 일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의 꿈이나 기억을 뇌파, 즉 뇌활동 측정 기술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이 단계에서 끝나지 않고 뇌활동을 직접적으로 이용해 생각만으로도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단계에 있다. 동전만 한 크기의 브레인 칩으로 뇌의 활성을 읽어내고 이를 부호화해 컴퓨터나 로봇 등 제3의 대상에 신호를 명령하는 시스템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혹은 뇌-기계 인터페이스(BMI)라 불린다. 이 분야 연구자들은 BCI 기술이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으나, 과연 실용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신경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학술단체인 미국 신경과학회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해 2020년에 50년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의 50년을 전망한 논문 내용에서도 BCI 같은 뇌공학 기술은 40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을 정도다.

이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과학자가 아닌 민간인이다.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설립한 뇌과학기업 뉴럴링크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원래 BCI 기술로 하반신 마비 환자를 돕는 게 목표였으나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람의 기억을 저장·이동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놓으면서부터 많은 과학자와 대중의 우려를 낳았다. 브레인 칩을 돼지와 원숭이의 뇌에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는 최근 보도를 통해 실제로 이뤄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기술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마케팅은 대중에게 혼란을 야기시킨다. 머스크가 주장하는 ‘두뇌와 컴퓨터의 양방향 통신’ 같은 공상과학형 초지능 기계 기술은 수십 년 후에나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현재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타이핑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뇌는 부위별로 연결돼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여전히 뇌활동 해석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또, 건강한 사람이 나의 모든 뇌활동을 저장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브레인 칩을 이식하는 게 허용될지는 매우 어려운 판단일 것이다.

과학기술 문제뿐 아니라 윤리적 이슈도 함께 쟁점이 되고 있다. 뉴럴링크에서 수행된 BCI 개발연구를 위해 희생된 동물에 대한 학대 주장이 불거지면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UC Davis)의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와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다. BCI 기술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사용될 경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윤리적 이슈가 고려돼야 한다. 또 기술의 형평성, 즉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간의 공정 경쟁과 정의에 대한 문제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 목적이 아닌 외모 향상 성형은 한때 비판받았으나 현시점에서는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로 사회가 변했다. 우리 세대의 혁신 기술은 다음 세대에게 일상 기술이 될 것이다. 다음 세대에게 인간의 존엄성을 근간으로 하는 미래 과학기술을 전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