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입었니?” 등굣길 챙겨준 녹색할머니들… 중학교 오니 더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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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하는 ‘감사편지 쓰기’ 연중 캠페인 - 서울시교육감상 최하리

To. 녹색 할머니들께

안녕하세요, 녹색 할머니! 신호등이 있어도 학교 가는 길이 위험할 수 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희의 등굣길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어머니보다 할머니 나이대의 분들이 주로 계셨는데, 오랜 시간 서 있어 허리와 다리가 많이 아프셨을 텐데도 저희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녹색 할머니 두 분께 매일 아침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때마다 할머니들께서 무척 좋아하시고 기뻐해 주셔서 저와 동생은 두 배로 더 뿌듯했어요. 당시 할머니들께서 저와 동생을 보고 “손주들과 많이 닮았다”고 하시며 신호가 바뀌기 전까지 따뜻한 말을 해주셨던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오늘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 왔네?” “오늘 비 온다던데 우산 잘 챙겨왔네!” 등 친할머니처럼 세심하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했어요. 매일 아침 신호등 근처에서 할머니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매일 아침 할머니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일이 하루의 일상처럼 친근했죠. 이런 일상이 계속 유지되기를 바랐는데, 제가 벌써 중학생이 됐습니다. 집에서 중학교로 가는 길에는 신호등이 없어 녹색 할머니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게 됐어요. 대신 초등학교로 가는 길을 지나다니며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제가 원했던 중학교로 배정받지는 못했지만, 만약 그곳으로 가게 됐다면 할머니들을 더 보기가 힘들어졌을 테니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하나님께서 녹색 할머니들을 3년 동안 더 만나라고 지금 다니는 학교로 보내주신 것 같아 만족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할머니 두 분 중 한 분이 요새 안 보이시더라고요. 혹시 어디가 편찮으셔서 못 나오시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그래도 잘 지내고 계실 거라 믿고 있어요. 다행히 다른 할머니 한 분은 계속 나오셔서 아침에 인사를 나누고 있어요. 저를 알아보셨는지 “중학교 들어갔어?”라고 물으셔서 저는 “네!”하고 대답해드렸어요. 6학년 겨울방학 동안 보지 못했었는데도 저를 알아봐 주셔서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요. 저를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뵙지 못한 녹색 할머니도 조만간 다시 만나 저의 이렇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항상 감사드립니다.

최하리 올림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관련문의:1588-1940 www.childfun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