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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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작물은? 제목이 이미 스포일러 역할을 했으니 싱겁긴 하지만, 작정하고 모든 작물을 검색해 본 것은 아니나 아마도 콩일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속담만 해도 열여섯이고 관용구도 넷이나 된다. 이름에서도 귀여운 느낌이 통통 느껴지는 콩은 시대나 지역을 막론하고 늘 ‘콩’이었다. 쌀이나 밥만큼이나 변이가 적은 것이 콩이니 그만큼 중요한 작물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콩의 원산지는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으로 본다. 우리가 콩을 먹었다는 기록은 삼국시대에 처음 등장하지만 이것은 기록일 뿐, 그전부터 먹었을 것이 분명하다. 콩 자체를 먹기도 하지만 콩으로 메주를 쑤고 그것으로 된장을 만들기도 하니 그 쓰임은 실로 다양하다. 우리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변함없는 이름이 우리의 말 속에 여러 흔적을 남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콩이 쓰인 관용구나 속담은 부정적인 것이 많다. ‘콩 볶듯’은 총소리도 나타내지만 뭔가 심하게 재촉할 때 쓴다. ‘콩 튀듯 팥 튀듯’은 몹시 화가 나 펄펄 뛰는 모양을 나타낸다. 콩과 보리도 분간하지 못한다거나, 콩 심어라 팥 심어라 한다거나,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 깨뜨린다 등등이 그것이다.

콩은 ‘작은 거인’이라 불릴 만하다. 크기는 작지만, 온갖 효능 때문에 파워 푸드 혹은 슈퍼 푸드로 불리니 말이다. 단백질은 주로 육류에서 섭취하지만, 콩은 식물성 단백질 중 최고여서 고기를 대신할 만한 작물이기도 하다. 콩을 가공해 만든 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1000가지가 넘으니 그 다양한 용도에 또한 놀라게 된다. 작은 것의 대명사, 그것의 가루는 분열과 반목의 상징이지만 콩 자체는 죄가 없다.

작지만 큰 힘을 가진 이들이 힘을 발휘할 때가 다가온다. 콩가루처럼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을 이를 뽑을 날이 다가온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