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大 협력분야’ 모두 주요 파트너 거론… “한국형 인·태 전략 세워야”

■ 글로벌 포커스 - EU에게 한국은

유럽연합(EU)이 지난해 9월 공개한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지역에서의 협력 전략을 뜯어 보면 한국은 7대 협력 분야 모두에서 주요 파트너로 거론된다. 특히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번영’ 부문에선 일본, 대만과 함께 “반도체 부문에서의 전략적 의존성 측면에서 협력을 증진해야 할 국가”로 꼽혀 그 중요성이 한층 강조됐다. ‘녹색 전환’과 ‘해양 거버넌스’ 부문에선 “고위급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당사자”로 언급됐고, ‘디지털 거버넌스 및 파트너십’ 부문에선 데이터 보호, 연구·개발 등 측면에서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초기 단계 협상에 나서야 할 국가”로 분류됐다. 2021~2027년 955억 유로(약 128조 원)가 투자되는 유럽 최대의 연구·혁신 지원 프로그램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프로젝트와 관련해선 “비공식 협상을 이미 시작한, 유사입장국(likeminded)”에 포함됐다.

안보 역시 주요 협력 분야로 꼽히는 만큼, 한국과 EU 상호 간에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EU의 인·태 전략 관련 국내 포럼에 참석했던 백우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부교수는 통화에서 “중국과의 외교 협상 과정에서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는 유럽만 한, 유럽에는 한국만 한 파트너가 없다”면서 “5~10년 후까지 내다본다면 한국에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대(對)중국 레버리지를 갖는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나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역내 주요 행위자들과는 고정적 관계가 확립돼 있는 만큼, EU와의 관계에서 확장성이 비교적 크다는 얘기다. 미국, EU 등의 움직임에 발맞춰 한국도 이 지역 전체를 포괄하는, 새로운 방향의 대외 정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태 지역에 먼저 손을 내미는 능동성, 포용성 등 원칙에 기초해 신남방 정책으로 이뤄 놓은 아세안 지역에서의 성과를 최대한 활용하는 ‘한국형 인·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