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공약부터 바로잡아야…보복 아닌 핀셋청산은 필요”

  • 문화일보
  • 입력 2022-03-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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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빙의 득표율 경쟁 끝에 제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이 가려진 10일 새벽 강성진(왼쪽부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문화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당선인의 향후 국정 운영 과제 등에 대해 좌담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과제’ 긴급좌담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 = 허민 전임기자
정리 = 박준희 기자, 박지원 인턴기자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초박빙의 표차로 누르고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은 과반 미만의 득표와 여소야대(국회 의석 300석 중 국민의힘 110석)라는 소수정권의 한계를 안고 출범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윤 당선인의 정부는 내각 구성과 국정 운영 등을 놓고 험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치개혁과 통합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미·중 전략경쟁 국면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찾아야 한다. 또 경제적으로는 혁신성장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과학기술 강국의 미래를 열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문화일보는 10일 오전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 이상현 세종연구소장(외교·안보), 이현우 서강대 교수(정치) 등 본보 ‘초빙 저널리스트’들을 본사로 초청해 20대 대선의 의미와 새 정부의 과제를 긴급 점검했다. 좌담회는 허민 전임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허민 전임: 이번 대선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

△이상현 소장: 계속 네거티브로 일관했다. 거대 구상에 의한 정책이나 미래 비전은 별로 안 보였다. 뽑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었음에도 선거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차악’을 뽑는 선거를 했고, 역대 대선 중에 가장 ‘더티’한 선거였다.

△강성진 교수: 후보 부인들에 대한 인상이 많이 남는다. 정책 의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대부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톱다운 방식이었는데, 이번에는 보텀업 식의 주제가 많았다. 경제 정책상으로는 선진국으로 움직이는 전환기 현상이 아니었나 한다.

△이현우 교수: SNS를 중심으로 한 선거가 정치를 참 많이 바꿨다. ‘마이크로 타기팅’에 의한 공약이 많았다는 것도 머리에 남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멀다는 생각도 들었다. 진영논리가 모든 걸 집어삼키고 디펜스(방어)하는 선거이기도 했다.

△허 전임: 20대 대선의 메시지가 뭔가.

△이 소장: 국민의 균형감각이 정치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다수 의석을 가진 여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강 교수: 저는 대선을 통해 젠더 이슈가 정면으로 등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20대 학생들이 보는 젠더 문제와 기성세대나 정치권이 보는 문제는 완전히 달랐다.

△이 교수: 이재명 후보는 ‘전망적 투표’를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후보는 ‘회고적 투표’를 유도하는 경향으로 진행했다.

△허 전임: 1987년 체제 정착 이후 5년 만의 정권교체는 없었다. 보수와 진보정권이 10년씩 진행됐다는 게 일종의 선거 법칙이었다. 이번에는 5년 만에 정권이 바뀌었다.

△이 교수: 1987년 체제 이후 10년 주기의 정권교체가 3번 있었다. 중요한 것은 깨진 법칙보다도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하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나 역할 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이재명 후보가 처음에는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추진하다가 지지율의 한계를 느끼고 문재인 지키기로 돌아섰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허 전임: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를 이끈 동인은 포퓰리즘과 네거티브였다고 본다. 특히 포퓰리즘 공약을 대선 이후에 어떻게 해야 할까.

△강 교수: 지금 포퓰리즘은 세대별·계층별 공약이 나왔다는 점에서 다소 ‘선진국형’이라고 보이지만, 문제는 예산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공약은 국가재정을 부실하게 할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반성하고 예산의 범위 내에서 쳐낼 것은 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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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임: 강 교수는 정책적 측면에서 매크로 정책과 마이크로 공약의 불일치를 지적하신 것 같다.

△이 소장: 이런 포퓰리즘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이 외부 압력이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부터 무너질 것이다. 그 엄청난 공약들을 예산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런데 국민도 점점 그런 것에 맛이 들어가는 것 같다.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허 전임: ‘1987년 체제’ 이후에 진보진영이 대선에서 과반 득표를 한 적이 없다. 최고 득표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48%였다. 이번에도 이재명 후보의 득표율이 약 48%에 수렴한다. 지지율의 법칙성 같은 것은 없는지.

△이 교수: 이번 대선은 진영 논리에 의해 동원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된 선거였음에도, 역시 진영에 빠지지 않은 건전한 중도층의 참여가 소극적이었다. 양 진영이 (선거 전략을) 극대화했음에도, 투표율과 연결해 봤을 때 지지율이 낮았다는 것은 중도층에 대한 호소가 약했다는 것이다. 결국은 당선인이 무겁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허 전임: 이번 대선에서는 유난히 세대 대결과 성 대결의 또 다른 특징이 나타났다.

△강 교수: 세대 대결이 심각했다. 특히 20대에서 성별에 대한 인식과 개념은 기성세대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다 보니 20과 30이 다르고, 이들과 5060 이상 세대가 갈라진다.

△이 교수: 민주당이 마지막 전략으로 2030 여성을 겨냥한 공략은 적확했다. 그 결과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 소장: 민주당은 ‘이대녀’가 겪는 불공정성을 끄집어냈고, 국민의힘은 ‘이대남’의 공정성 문제를 자극했다. 이대남과 이대녀의 표심이 극명하게 갈린 건 결국 정치권이 공정성을 악용해 갈라치기 한 결과다.

△허 전임: 대통령의 자질과 덕목을 꼽는다면. 예컨대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좋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 균형감각, 책임감 등 세 가지를 들었다.

△이 교수: 한국 정치 문제의 절반은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에서 기인한다. 대통령은 아직도 왕에 비유되는 인식이 있다. 절대적 권한을 가졌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서는 유연한 리더십을 갖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대통령도 설득되고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소장: 첫째 국론 통합의 리더십. 둘째 외부의 위협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국제적 시각’. 셋째, 협치와 상생의 리더십. 문재인 정부 5년의 가장 큰 문제는 촛불이라는 신화가 축배가 아니라 독배가 됐다는 점이다.

△강 교수: 윤 당선인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이 대통령의 덕목이 되는 것도 좋겠다. 협치의 정신도 중요하다. 해외로 시각을 넓혀, 우리가 조금 피해를 보더라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다면 따라가는 자세도 필요하다.

△허 전임: 지도자로서 윤 당선인의 자질은 어떤가. 장점과 부족한 점을 하나씩 꼽는다면.

△강 교수: 강점은 강력한 리더십이다. 그게 독선적이 되면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소장: 강점은 뭔가를 빨리 배운다는 것. 단점은 법조의 눈높이에 빠져 국민 눈높이에 맞는 EQ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

△이 교수: 아웃사이더 출신의 새로움이 있다. 반면 정치와 국정 운영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대통령은 학습하면서 하는 게 아니어서 그 비용을 국민이 다 치러야 한다.

△허 전임: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 통합, 국가 안보, 경제 발전 이 세 가지다. 먼저 통합인데, 협치와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 윤 당선인이 통합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보는지 먼저 밝혀야 한다. 다른 정치권력까지 같이 가겠다는 것인지. 따라서 당선인은 인수위 구성에 공을 굉장히 들여야 한다. 또 국회와의 관계를 제대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대통령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 벌써부터 ‘누가 비서실장’ 얘기가 나오고 있다. 논공행상은 불가피하지만 비선의 인사 기용은 최소한이 돼야 한다.

△허 전임: 윤석열 차기 정부가 민주당 인사도 기용하는 식의 통합을 해야 할까.

△이 교수: 그건 그렇지 않다. 여야가 건전한 긴장 관계를 갖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된다.

△허 전임: 민주당이 다당제 제도화를 위한 정치개혁안을 내놨다. 선거 전의 득표 전략이라 하더라도 당론으로까지 확정한 걸 쉽게 폐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교수: 민주당이 이번에 약속한 대로 만약 ‘대선 결선투표제’가 도입됐었다면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도 다당제도 쉽지 않을 것이다. 정치개혁의 80%는 선거 때문에 했던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어려운 과제다.

△허 전임: 좀 민감한 주제인데, 통합이 중요하다면 ‘청산’은 안 해도 되나.

△강 교수: 통합과 청산은 다른 개념이다. 보복은 안 되지만 청산은 이뤄져야 선의의 체제 경쟁이 된다.

△이 교수: 과거엔 새 정권 들어 검찰과 사법부를 통해 적폐청산을 했다. 보복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어 문제였다. 이번에도 새 정부가 대장동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 소장: 청산은 자칫 보복과 연관돼 인식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일정 정도 청산은 필요하다. 대장동 논란이나 탈원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민이 이해하겠나.

△이 교수: 그런 점에서 윤 당선인은 민감한 위치에 있다. 어떻게 움직여도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그걸 스스로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

△강 교수 : 나도 동의한다. 일단 형식적으로 (청산에 대해) 청와대가 빠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보복으로 비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청산의 과정에 항상 청와대가 앞에 있었다.

△허 전임: 미·중 전략경쟁 시대 외교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나. 문 정부 외교와 안보는 어떻게 수정돼야 하나.

△이 소장: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올인’해 왔다. 안보 중심이 아니라 ‘북한 중심’이었다. 중국 눈치를 보고 미국과 상대적으로 멀어졌다. 또 외교·안보 문제가 늘 청와대에서 병목 현상을 보였다. 앞으로 ‘자강과 연대’를 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한 연대다. 지금은 미·중, 미·러 간의 신냉전 시대다. 우리가 권위주의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리스크는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은 외교적 자율성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국익 우선 원칙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

△허 전임: 성장과 혁신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강 교수: 혁신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공공부문을 상대로 기득권과 싸워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얘기를 많이 했지만, 막상 기득권과의 싸움이나 설득을 제대로 못 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사기성’이 있었다. 경제학자들도 반성해야 한다.

△허 전임: 윤 당선인과 새 정부에 바라는 당부와 함께 마무리 발언을 해 달라.

△이 교수: 소통의 현실화를 주문하고 싶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에서 출발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또 공직자에게 부여된 권한은 명시적으로 확인해줘야 한다. 당연히 청와대 권한은 축소돼야 한다.

△이 소장: 국제질서가 향후 몇 년간 유동적이며 불확실성이 클 것이다. 미·러 구도, 우크라이나 사태, 코로나19 팬데믹 등. 앞서 팬데믹 때도 거론된 것이 ‘국력이란 무엇가’라는 의문이다. 결국 국력은 리질리언스(resilience), 즉 탄력적인 회복력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탄력적으로 대응해서 원상 복귀하고 합리적인 방향성으로 나아가는 것. 한국처럼 외부 영향이 큰 나라는 이러한 회복력이 중요하다.

△강 교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얘기할 때 공정한 정부라는 말이 들어간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보수진영 쪽 정책에는 많이 빠진다. 혁신이란 민간과 자율에 맡기는 것인데, 그렇다면 정부는 과실을 나누는 고민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포퓰리즘 얘기도 나오지만, 비판을 받더라도 정책으로 실현되면 포퓰리즘이 아닌 게 된다. 실현 가능한 것은 빨리 로드맵을 만들어서 국민에게 ‘우리는 어떻게 하겠습니다’라고 밝혀야 한다.
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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