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함께 쓰는 ‘감사일기’… 사랑이 넘치는 교실 만들어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4일 아침, 경북 구미시 옥계초등학교에서 양예슬 교사가 반 학생들과 감사일기를 쓴 후 웃음을 지어 보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 구미 옥계초등학교 양예슬 교사

일상에서 느낀 다양한 주제
‘기쁘다’ 등 감정 단어로 표현
감사함 다시 상기하며 대화도

텀블러 떨어뜨린뒤 사과하자
“깨지지 않았으니 감사” 훈훈

친구 물건에 손댄 아이의 잘못
눈물로 깨우쳐주자 태도 변화

‘제 안에 사랑의 마음을 가득 부어주세요. 27명의 모든 아이를 넉넉히 사랑하기에는 제 안의 사랑이 너무 작아요. 오늘도 제게 맡겨주신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랑하게 도와주세요.’

경북 구미시 옥계초등학교 양예슬(27) 교사는 아침 출근 전 아이들을 생각하며 항상 이 같은 기도를 하고 있다. 교사의 마음에 사랑이 가득해야 아이들에게 넉넉히 사랑을 줄 수 있고, 교사가 사랑을 보인 만큼 학생들이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교실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비롯된 일종의 출근 ‘루틴’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감사 일기장을 공유한 학생에게 양예슬 교사가 쓴 편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양 교사가 맡은 학급 학생들도 아침 루틴이 있다. ‘감사일기 쓰기’다. 주제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감사한 이유를 ‘기쁘다’ ‘슬프다’ 등 감정 단어를 포함해 적으면 된다. 감정 단어를 함께 적으면 순간의 감정을 상기하며, 한 번 더 생생하게 감사함을 느껴볼 수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감사 이야기를 적는 동안 양 교사도 칠판에 함께 쓴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공감대 형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감사일기로 아이들과 마음 그릇을 감사와 기쁨으로 빛내고 나면, 하루 동안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며 “아이들에게 말하는 대로, 가르친 대로 교사인 나도 그대로 실행해야 진정한 배움과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사랑이 넘치는 교사의 따뜻한 온기는 누구보다도 아이들이 빨리 눈치를 챈다.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할수록 부쩍 ‘감사’의 표현이 늘어난다. 양 교사에 따르면 한번은 교실에서 한 남학생이 책상 위에 있던 텀블러를 바닥에 떨어뜨려 굉음이 났었는데, 그 학생이 친구들에게 “미안해”라고 하자 다른 한 학생이 “그럴 수 있지. 깨지지 않은 게 감사한 거야”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산책하다가 정자 아래 둘러앉아 있으면 “선생님, 그늘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그늘이 없었으면 땡볕에서 게임 할 뻔했잖아요!”라고 한다. 학부모들은 “집 안에서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한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종종 들려준다.

양 교사는 교단에 선 첫해인 2020년, 사랑으로 아이를 변화시키는 경험을 절절하게 한 바 있다. 반 학생 중 한 명이 학습 성취도도 낮고, 도벽도 있었는데 양 교사는 자신의 자리 옆에 학생 자리를 만들고, 학생 수준에 맞게 한글을 같이 읽고 쓰며 공부를 가르쳤다. 사회를 공부하다 호기심이 생기면 바로 검색해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이해하고, 다음날 학교에서 진도 나갈 부분을 미리 공부하며 또래 학생들과의 학습 격차를 줄였다. 점심을 같이 먹고 나면 학교 산책을 하면서 풀과 나뭇잎을 색깔별로 모아도 보고, 작은 게임도 하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누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에서 도난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 눈을 감고 타인의 소지품을 가져간 사람은 용기를 내 손을 들도록 했다. 그 학생이었다. 그 학생을 따로 불러내 손을 맞잡고 둘이 한참을 울었다. 교사는 아이가 친구 물건에 손댄 잘못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슬퍼서, 잘못된 길로 갈까 봐 겁이 나서 울었고, 아이는 양 교사와 친구에게 미안해서 울었다. 양 교사는 타인의 물건에 손대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가르쳤고, 아이는 용기 내 친구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학생의 태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각, 결석, 도벽이 사라졌고, 수업 시간에 발표하겠다고 수줍게 손을 드는 학생이 됐다. 사랑은 진심일 때 통한다는 걸 깨달은 양 교사는 늘 따스한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양 교사는 아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했다.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 바로 바로 너! 아이들아, 선생님이 너희들 정말 많이 사랑해! 우리 교실 안에서 누렸던 따스했던 느낌과 추억을 바탕으로 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필요한 사람들이 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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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