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엇갈린 시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1월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靑선 ‘尹요구 과도’ 주장 나오고
尹측 ‘靑 일방적 판 깼다’ 후문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 지게 돼
전문가 “옹졸… 국민통합 찬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오찬 회동이 무산되며 다른 정치 진영 간 권력 이양 과정에서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일단 양측은 실무협의를 이어가며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지만 순조로운 정권 이양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기류다. 양측 모두 만만치 않은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을 뿐 아니라, 여소야대 국면에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불가피한 ‘협치’와 국민통합에 큰 위기가 닥쳤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제기된다. 권력 이양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인과 현직 대통령이 미묘한 갈등을 겪은 적은 있지만 오찬 회동을 4시간 앞두고 무산한 경우는 없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16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과적으로 국민통합에 찬물을 끼얹고, 청와대가 옹졸한 정치를 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8시쯤 동시에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회동 무산 소식을 전하며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판을 깼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청와대에서는 윤 당선인 측의 요구가 과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결국 현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정권 인수에 협조를 약속하는 정치적 관행이 깨진 셈이 됐고, 윤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극심한 진영 간 대립 양상이 격화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날 오찬 회동 무산으로 신구 권력 간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정수석실 폐지나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공공기관 인사에 대해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임기 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민정수석실 폐지를 두고도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일단 양측은 추가적인 실무협의를 통해 회동 날짜를 새로 잡겠다고 밝혔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이 계속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이 가장 늦게 이뤄진 경우는 대선 후 9일째였는데, 이번 주를 넘길 경우 이 기록도 갈아치우게 된다. 그만큼 신구 권력 간 관계가 껄끄러움을 방증하는 셈이다.
이날 회동 무산으로 양측이 지게 될 정치적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은 순조로운 정권 이양에 위기가 닥친 것은 물론 향후 국정 운영 과정에서도 거대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쉽지 않게 됐다. 윤 당선인은 그간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의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 대해서는 각을 세우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고, 사실상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진영을 대표해 부딪히는 모양새가 되는 것은 큰 부담이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통해 퇴임 후 정치적 안위를 보장받을 수 있었지만 이날 회동 무산으로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여론이 새 정부에 대한 문 정부의 ‘몽니’로 흐를 경우 임기 말 급속한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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