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상담소>Q : 정년퇴직 이후 아무 일을 안하며 지내니 무기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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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고민

정년 퇴직을 한 지 1년이 됐습니다. 일할 때는 너무나 일을 벗어나고 싶었기에 한 달 정도는 편하고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후부터는 막상 일을 하지 않으니 할 일도 없습니다. 수십 년간 너무 열심히 일해 와서 그런지 일을 안 하고 놀면서 지내니 더 무기력해집니다. 자꾸 제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앞으로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 갓난아기인 손주를 봐주러 애들 집에 갑니다. 같이 갈까 싶다가도 자식들 집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하고 제가 할 일도 없을 것 같아 집에 혼자 있습니다. 저와 시간을 보내기보다 자녀들 일에 더 신경을 쏟는 아내에게 서운하기도 합니다. 아침에 뒷산에 다녀와도 겨우 한 시간이 지나 있을 뿐입니다. 할 일이 없으니 막막하고, 앞으로 늙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니 더 슬픕니다.

A : 바뀐 처지를 받아들여야 새로운 삶을 찾을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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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루션

일을 하지 않는다고 삶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삶은 어쩌면 불안하거나 지루하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에 놓여 있을지도 모릅니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은퇴 후의 기간은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것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새로운 의미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주어진 의무에만 충실하던 사람이 스스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소천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도, 생전에 ‘평생 친구’가 하나 없다는 점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이 전 장관이 훌륭한 삶을 살지 않았거나, 실제로 주변에 지인이 없어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인생에 닥친 과제를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고, 각자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의 무기력함은 인간의 그러한 근원적인 외로움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내에게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아내와 함께한다거나 기대려는 태도는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미국의 노인의학 전문의 루이즈 애런슨의 저서 ‘나이듦에 관하여’에서 보듯, 나이가 들어도 회복탄력성과 정신건강을 유지하려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의 변천 과정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내 나이와 바뀐 처지를 받아들이면 무언가를 배우거나, 다른 이들을 돕거나, 새로운 일 또는 여행지를 찾는 등 새로운 삶의 목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생각조차 않던 일을 찾아서 60대 이후에 새로운 삶을 찾는 사람은 많습니다. 일을 하던 시절이나, 때로는 더 젊은 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지만, 실제 조사해 보면 60∼70대에서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