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측 ‘공공기관장 인사 더 하겠다’ vs 尹측 ‘알박기냐’

■ 오찬 4시간 전 왜 취소됐나

靑 “인사권 행사” 尹 “협의를”
실무협의 과정 갈등해소 못해
MB사면 싸고도 이견 있는 듯

16일 예정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당일 무산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실무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정권 이양을 앞두고 신구(新舊) 세력 간 갈등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사이에 공공기관·공기업 인사권에 대한 견해 차이가 컸던 것이 오찬 무산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한국은행 총재를 비롯한 기관장 선임을 놓고 충돌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가 이달 31일 종료되는데 국민의힘에서 이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보류해달라는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은 총재 임기가 4년인 만큼 윤석열 정부와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권에서 이어져 왔다. 청와대에선 “윤 당선인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 여권은 문 대통령 재임 중 임기가 만료되는 만큼 문 대통령이 차기 총재를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민의힘은 한국IPTV방송협회장,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도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임기 초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허언이 됐다”며 “캠코더 인사로 가득한 무책임한 인사의 연속”이라고 지적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찬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포함의 사면, 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등을 건의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 및 공공기관 인사, 청와대·관저 이전 등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청와대는 국민 공감대 등 여러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체적인 타협 형태로 김 전 지사를 묶어서 사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 측에 후보 시절 ‘적폐청산’ 발언에 관한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